“너무 궁금해서 오기 전에 먼저 봤어요. 인도네시아 ‘써니’는 원작보다 소녀 감성을 잘 담아 더 신선하고 아기자기하더라고요.”
배우 강소라(28)가 ‘제10회 한국-인도네시아 영화제’ 홍보대사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9일 자카르타 그랜드인도네시아몰 CGV에서 열린 전야제엔 그가 출연했던 영화 ‘써니(2011년)’와 인도네시아에서 원작을 재구성(리메이크)해 3일 개봉한 영화 ‘베바스(Bebas)’가 비슷한 시간에 상영됐다. 강씨는 ‘써니’ 무대인사를 한 뒤 ‘베바스’ 출연진과 함께 ‘베바스’를 다시 관람했다. 베바스는 ‘자유로운(free)’이란 뜻으로, ‘써니’가 1980년대 유행했던 팝송 제목인 것처럼 1990년대 인도네시아 현지 유행가 제목에서 따왔다.
강씨는 전야제 직전 한국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행복하게 찍고, 처음 저를 알린 ‘인생 영화’가 인도네시아에서 리메이크됐다는 게 신기하다”며 “여성들의 추억과 우정은 만국 공통의 관심사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14명(주인공들의 고교 시절 및 현재 모습을 7명씩 담당)이 등장하는 영화는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주류라 볼 수 없어서 다른 나라에서 리메이크되긴 힘들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영화 ‘써니’는 지난해 베트남과 일본에서 리메이크됐고, 현재 미국에서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인도네시아판 ‘써니(베바스)’에선 주인공이 6명으로 줄었고, 한 명은 다른 성(性)이다. 한 중년 여성이 죽음을 앞둔 친구를 위해 여고 동창들을 수소문해 불러모으는 과정을 충실히 담아 원작을 봤다면 친근하다. 투박하지만 90년대 현지 정서를 담아 관객들이 호평하고 있다. 현재 외화 ‘조커’ 등에 이어 흥행 순위 3위다. 이날도 객석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강씨는 “인도네시아는 생애 첫 방문”이라며 “사람들이 매우 친절하고 다양성이 존재하는 나라라는 걸 느끼게 된 기회”라고 했다. ‘베바스’에서 강씨 역을 맡은 배우 셰릴씨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 있다”고 심각하게 운을 뗀 뒤 “도대체 피부 관리 비결이 뭐냐”고 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처음 만난 강씨와 ‘베바스’ 출연진은 오랜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대했고, 끝맺음 자막이 올라가자 객석에서 함께 덩실덩실 춤을 췄다.
강씨는 10일 영화제 개막식에도 참석했다. 올해로 10회째인 이번 영화제는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문화원과 CJ CGV 공동 주관으로 13일까지 자카르타, 반둥, 족자카르타, 수라바야(이상 자바), 메단(수마트라) 다섯 곳에서 한국 영화 15편, 현지 영화 5편이 상영된다.
강씨는 “‘써니’를 통해 인도네시아에도 영화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인도네시아의 미디어 및 영화 산업이 급성장한다고 들었는데, 영화제도 규모가 커지고 국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출연한, 폐업 직전의 동물원을 살리려는 직원들의 분투기를 다룬 코미디 영화 ‘해치지 않아’의 내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카르타=글ㆍ사진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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