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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생태 II] 계곡서 바다까지 우리 물고기 1290종, 이름 알고 보면 더 반갑겠죠

입력
2019.10.12 04:40
수정
2019.10.15 17:0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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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모치.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금강모치.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쌀쌀한 저녁, 어디선가 팥앙금 듬뿍 품은 붕어빵 굽는 냄새가 코끝을 스칩니다. “붕어빵인데 붕어가 왜 안 들어있어?” 하고 묻는 어린아이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이 생각나네요. 여러분은 물고기 하면 어떤 느낌이 떠오르나요?

낚시를 좋아하는 아버지는 팽팽한 손맛과 쫄깃쫄깃한 횟감으로 딱 좋은 돔이나 우럭을 먼저 떠올릴 것 같습니다. 가족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어머니는 밥상에 올릴 노릇하게 잘 구워진 갈치나 고등어가 생각나겠지요. 여름철 해수욕장에 가면 언제나 떠오르는 영화의 주인공 ‘죠스’에 무시무시한 상어 이빨을 상상하며 소름이 돋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지난여름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겼던 이들은 발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다니던 이름 모를 물고기들을 추억하겠지요. 이렇듯 우리네 생활 속 깊숙이 들어앉은 물고기. 우리는 이 물고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이름을 말할 수 있는 물고기는 얼마나 될까요? 또 우리나라의 하천과 바다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살고 있을까요?

금강모치.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금강모치.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우리나라에 사는 물고기는 모두 1,290종

올해 초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발표한 ‘국가생물종목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사는 생물은 모두 5만827종이라고 합니다. 동물은 전체 생물의 58.4%에 해당하는 2만9,678종이라고 합니다. 등뼈를 가지고 있는 척추동물은 1,995종이며, 그중 물고기는 1,290종으로 척추동물의 64.7%를 차지합니다. 양서류(21종), 파충류(32종), 조류(527종), 포유류(125종)를 모두 더한 수인 705종의 거의 두 배에 가깝지요. 물론 1,300여 종은 강과 하천, 호수와 저수지, 농수로 등 민물에 사는 담수어류뿐만 아니라,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 그리고 드넓은 바다에 사는 해수어류를 모두 포함한 숫자입니다. 그중 민물이나 기수에 사는 담수어류는 약 240종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물고기는 크게 먹장어류, 칠성장어류, 연골어류, 경골어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꼼장어로 잘 알려진 먹장어나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칠성장어는 턱이 없고 입이 둥글어 ‘원구류'로 묶기도 합니다. 연골어류는 뼈가 물렁물렁한 연골로 이루어져 있으며, 상어류와 홍어류가 포함됩니다. 경골어류는 뼈가 딱딱한 경골이며 물고기 대부분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들이 공통으로 가진 네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 번째, 척추동물이므로 몸의 정중앙을 따라 등뼈(척추)를 갖고 있습니다. 두 번째, 수중생활을 하므로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위해 아가미 호흡을 합니다. 세 번째, 밀도가 높은 물속에서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지느러미를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주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모두 물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미호종개. 양현 생물다양성연구소장 제공
미호종개. 양현 생물다양성연구소장 제공

오징어나 고래를 어류라고 오해하고 있는 사람도 종종 있습니다. 물론 오징어는 물속에 살면서 아가미로 호흡하고 지느러미도 있지만 척추가 없는 무척추동물에 해당합니다. 고래는 아가미가 아닌 폐를 이용하여 공기 호흡을 하는 젖먹이동물, 즉 포유류에 속하지요.

어류는 세계적으로 3만5,000여 종이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에만 400종이 넘는 물고기가 신종으로 밝혀졌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름이 붙여지길 기다리는 물고기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우리나라에 사는 물고기 이름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우리 주변을 흐르는 하천이나 강에서 볼 수 있는 종은 적게는 10종, 많아도 30여 종 정도일 것입니다.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평균 20종 정도의 물고기는 쉽게 찾아낼 수 있겠죠. 물 맑은 계곡 상류에서부터 드넓은 바다에 이르기까지 하천이나 강에서 만날 수 있는 물고기 이름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버들치, 금강모치, 열목어, 산천어, 미유기, 둑중개, 밀어, 참갈겨니, 돌고기, 쉬리, 긴몰개, 중고기, 동사리, 꺽지, 쏘가리, 어름치, 돌마자, 동자개, 자가사리, 모래무지, 피라미, 누치, 납자루, 각시붕어, 미꾸라지, 송사리, 붕어, 잉어, 메기, 가물치, 가시고기, 숭어, 은어, 연어, 황어, 풀망둑, 농어, 조피볼락, 뱀장어, 그리고 황복. 이들 중 여러분이 알고 있는 물고기는 몇 종이나 되나요?

각시붕어(앞)와 떡납줄갱이(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각시붕어(앞)와 떡납줄갱이(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맑은 계곡 상류에서 만나는 버들치와 금강모치

숲이 우거져 수온이 낮고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떠나봅시다. 수면에 반사되는 빛을 피해 찬찬히 살펴보면 어른 새끼손가락만 한 크기의 물고기 떼를 볼 수 있습니다. 갈색 버들잎 모양의 작은 물고기들이 인기척에 놀라 돌 틈으로 재빠르게 숨어듭니다. 가만히 앉아 움직이지 않은 채 5분 정도만 기다리면, 한두 마리씩 돌 틈에서 나와 주위를 살피기 시작합니다. 바로 1급수의 깨끗한 물에 산다는 버들치입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서유구(徐有榘)가 1820년경에 저술한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는 한자로 ‘柳魚(유어)’, 한글로 ‘벼들치’라 기록하며, 그 어원에 대해서는 버드나무 아래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스님이 사는 깊은 산 맑은 물을 좋아하여 ‘중태기’라 불리기도 하지요. 그 밖에도 계곡의 대표적인 물고기로 금강모치, 열목어, 산천어 등이 있습니다. 특히 금강모치는 처음 발견된 금강산에서 따온 이름으로, 등지느러미에 검은색 반점과 몸 옆면에 2줄의 황색 띠가 있어 버들치와 쉽게 구별되지요. 주로 압록강에서 한강에 이르는 하천의 상류와 금강의 무주구천동에 살고 있습니다. 최근 태화강 상류에서 발견되어 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동사리.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동사리.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계곡을 조금 내려오면 작은 물줄기들이 만나 수량이 증가하고 하얀 물보라가 일어나는 여울과 크고 작은 바위로 둘러싸인 소(沼)가 반복됩니다. 버들치와 함께 어우러져 헤엄치는 제법 큼지막한 물고기들을 볼 수 있습니다. 간혹 물 위에 떨어지는 작은 나뭇잎을 벌레로 착각하고 수면으로 몰려들기도 하지요. 날렵한 몸매에 큰 눈, 등 쪽은 황갈색, 배 쪽은 붉은빛이 도는 황색을 띠는 이 물고기는 참갈겨니입니다. 이 종은 2005년 발견된 신종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 분포하는 갈겨니 중에서 눈과 가슴지느러미의 몸 색깔과 비늘의 특징이 구별되는 새로운 종이 발견된 것입니다. 진짜 갈겨니라는 뜻을 지닌 참갈겨니는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사는 ‘한국 고유종’입니다. 전국 어디든지 하천 중·상류에 가면 만날 수 있는데, 각 수계마다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 분류학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돌이나 바위가 많은 곳에서는 몸의 옆면에 검은색 줄이 선명한 돌고기들이 무리를 지어 몰려다닙니다. 원래는 돈(豚)고기라고 불렸다지요. 돼지코 같은 두툼한 입술로 돌 표면에 붙어있는 부착조류나 작은 수서곤충을 먹는 모습을 보면 무척 재미있습니다. 지느러미에 검은 점이 박혀있는 사촌 감돌고기는 가는돌고기와 함께 꺽지의 산란장에 알을 낳아 육아를 맡기는 물고기로 잘 알려졌지요.

돌마자.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돌마자.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하천 중류에 만나는 여러 물고기

나뭇가지 모양으로 갈라진 몇 개의 작은 하천이 서로 만나 큰 줄기의 강을 이룹니다. 폭이 넓어지고 수심도 깊어지며, 완만해지고 다소 혼탁해집니다. 하천이나 큰 강의 중·하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고기에는 잉어, 붕어, 메기 그리고 가물치가 있습니다. 특히 잉어와 붕어는 최근 생태하천으로 재탄생한 도심하천에서도 쉽게 볼 수 있지요. 서너 마리씩 무리 지어 다니며 하천 바닥에서 여유롭게 먹잇감을 찾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잉어보다 크기가 조금 작은 붕어는 수초가 많은 곳이나 바위와 돌이 깔려 있어 숨을 데가 많은 곳을 좋아하죠. 잉어보다 겁이 조금 많은 편입니다. 적게는 한두 마리에서 많게는 수십 마리가 떼를 지어 몰려다니기도 한답니다. 붕어는 비늘이 크고 수염이 없습니다. 따라서 비늘이 작고 2쌍의 멋진 입수염이 있는 잉어와 쉽게 구별되지요. 바다와 만나는 하구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고기로는 숭어가 있습니다. 수면에 떼를 지어 몰려다니지요. 그 맛이 빼어나서 옛날에는 한자 ‘빼어날 수(秀)’ 자를 써서 ‘수어’라고 불렀습니다. 주로 강바닥에서 작은 동물이나 유기물을 먹고 살아갑니다. 기름눈꺼풀이 발달해 마치 희뿌연 물안경을 끼고 있는 것처럼 그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기름눈꺼풀 없이 눈이 노란 가숭어와 구별할 수 있습니다.

전체 동물 가운데 어류가 차지하는 비중.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전체 동물 가운데 어류가 차지하는 비중.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작은 관심이 건강한 생물공동체를 만듭니다

물고기는 자연생태계의 구성원으로서 나름의 생태적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선사시대부터 중요한 단백질원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관상용, 레저용, 연구용으로 다양하게 이용되기도 하고, 또 축제의 주인공으로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도 하지요. 어떤 이는 청새치와의 한판 대결에서 겪는 쓴맛을 인생이라는 글로 적어내고, 어떤 이는 연어의 힘찬 몸짓을 노래로 풀어냅니다. 가시고기의 한살이는 부모의 무한한 정을 느끼게 하는 따뜻한 이야기로 심금을 울립니다. 강렬한 손맛 덕분에 인기몰이 해오던 녀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해종이라는 붉은 딱지가 붙어 수배령이 내려지기도 하지요. 서호납줄갱이처럼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져버린 물고기도 있고, 미호종개나 흰수마자처럼 우리 곁을 언제 떠날지 모를 위태위태한 상황에 빠져 있는 물고기도 많습니다.

물속 세상은 공기 호흡을 하는 우리 인간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연에 순응하며 저마다의 진화 역사를 걷고 있는 물고기들. 우리의 작은 관심이 지구생물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큰 힘이 됩니다.

김병직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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