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억만장자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노동자 계층보다 세금 부담을 덜 지게 됐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제학자인 캘리포니아대 에마뉘엘 새즈 교수와 가브리엘 주크만 버클리대 교수의 신간 ‘불공정의 승리(The Triumph of Injustice)’에 따르면 미국 최상위 부자 400가구의 지난해 평균 세율이 하위 절반 가구에 부과된 세율보다 낮았다. 새즈와 주크만 교수는 부유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내년 대선 민주당 경선 후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경제 자문을 맡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상위 400가구가 하위 60%보다 더 많은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던 이들은 최상위 400가구의 세율이 2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미국 인구 0.00025%에 해당하는 최상위 부유층이 전체 소득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세금을 납부했다는 이야기다. 반면 하위 절반 가구의 세율은 24.2%로 이보다 높았다.
1950년대나 1960년대에 부유층이 중산층이나 서민보다 훨씬 더 높은 세율을 부담했던 것을 감안하면 급격한 변화다. 이들 부유한 400가구는 1980년 47%의 세율과 1960년 56%의 세율로 세금을 납부했고 반면 서민의 세율은 꾸준히 안정세를 유지해 왔다고 WP는 전했다.
세율 변화의 배경은 부유층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세금이나 법인세가 낮아졌고, 세금 회피 수단이 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법인세 최고 세율을 낮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세법 개정 영향이 컸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지난해 상위 0.1%에 해당하는 부유층의 평균 유효 세율은 2.5%포인트 낮아졌다. 하지만 애초에 이 법안 지지자들이 주장했던 경제성장률과 기업 투자의 증가는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WP는 덧붙였다.
하지만 WP는 일부 경제학자들이 부의 재분배에 초점을 맞춘 새즈 교수와 주크만 교수의 연구에서 맹점을 찾았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았던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들이 근로장려세제(EITC) 등 환급 가능한 세액 공제를 포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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