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법률 고문 “탄핵조사 하원 표결 없고 절차적 보호 결여”
트럼프 “캥거루 재판될 것”…펠로시 의장 "조사 방해 추가 증거”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에드윈 미스 전 법무장관에게 자유 메달을 수여하는 기념식을 갖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8일(현지시간) 민주당 주도로 하원에서 진행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가 “근거가 없는 위헌”이라면서 이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정치적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탄핵 조사에 대한 백악관의 보이콧 선언은 주요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의회의 증언을 막겠다는 것이어서 백악관과 하원이 법률적 권한을 두고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팻 시펄론 백악관 법률고문은 이날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에 보낸 8쪽짜리 서한에서 "당신들은 기본적인 공정성과 헌법상 규정된 절차를 위반한 방식으로 조사를 계획하고 실시했다”며 “미국민과 헌법, 행정조직 그리고 미래의 모든 대통령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는 현재 상황에서 당파적이고 위헌적인 조사에 참여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는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와 달리 하원 전체 찬반 표결 없이 결정된 점을 지적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절차적 보호가 결여돼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탄핵 조사에선 대통령 변호사들이 탄핵 조사의 모든 과정에 참석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됐고 야당도 자신들의 증언자를 소환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이런 규정들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민주당원은 명백히 탄핵 조사를 지난 대선 결과를 뒤집는 수단뿐만 아니라, 다음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백악관의 이번 결정은 국무부가 이날 핵심 증인 중 한 명인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에게 의회 증언을 거부하도록 지시한 뒤 나온 것이다. 지난주 미국 하원이 공개한 문자 메시지에서 선들랜드 대사는 커트 볼커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협상 특별대표 등과 함께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이끌기 위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과 군사 지원 보류 등의 연계를 논의한 정황이 담겨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선들랜드 대사를 증인으로 내보고 싶지만 불행히도 그는 공화당의 권리는 빼앗기고 진짜 사실이 공개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완전히 위태로운 ‘캥거루 재판’에서 증언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캥거루 재판은 단죄를 목적으로 한 불공정한 재판을 뜻하는 용어다.

민주당은 백악관의 의회 조사 참여 거부 선언에 강력히 반발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외국 권력에 압력을 행사해 2020년 대선에 개입하도록 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뻔뻔한 노력을 숨기려는 또 다른 불법적 시도"라면서 "대통령의 권력 남용 사실을 국민으로부터 숨기려는 계속된 노력이야말로 조사 방해의 추가 증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원이 찬반표결 없이 탄핵 조사를 진행한 것에 대해선 "헌법이나 하원의 규칙, 전례에는 탄핵 조사를 진행하기 전에 하원 전체가 투표해야 한다는 필요조건은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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