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전염병 유입 우려에 취소
축소ㆍ연기한 지역도 많아
관광객 급감 따른 경제 피해 커
각 지역축제가 가축질병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전염성 강한 가축질병 확산 방지를 위한 방편으로 지역축제까지 잇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다. 급기야 국내 최대 축산 단지인 충남지역도 가축질병의 유탄을 맞고 있다.
9일 충남 논산시에 따르면 이달 16일부터 20일까지 강경읍 금강둔치 등에서 열릴 예정이던 강경젓갈축제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유입 우려로 전격 취소했다. 강경젓갈축제는 국내에서 가장 큰 젓갈 관련 행사다. 강경젓갈축제추진위원회는 “축제 개최 시 일시에 전국에서 많은 인원이 방문함에 따라 ASF의 충청권 유입이 우려돼 이를 차단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축제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천안시도 광덕면 일원에서 해마다 열렸던 호두축제와 ‘2019 제2회 천안시 주민자치박람회’를 취소했다.
ASF가 전국에서 처음 발병된 경기지역 지방자치단체도 올해 축제에 대한 눈높이를 낮췄다. 수원시는 대표적인 가을 문화관광 축제인 ‘제56회 수원화성문화제’와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을 소규모로 진행했다. 광주시도 지난달 27일 개최 예정이었던 ‘제24회 광주남한산성문화제’와 이달 5일부터 열릴 계획이었던 ‘제2회 행복밥상 문화축제’를 모두 접었다.
한국도자재단은 ASF 차단을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11월 24일까지 여주·이천·광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경기 세계도자비엔날레 행사 개최를 포기했다. 사전 판매된 12만장의 입장권도 환불해 줬다.
경북 문경시는 지난달 28,29일 문경 영강체육공원에서 열기로 했던 문경약돌한우축제를 행사 4일을 남겨 놓고 철회했다. 영천시도 제7회 영천대마기 전국종합마술축제를 무기한 연기했다.
경남 김해시의 경우엔 이달 12일 시민의 종 일대에서 개막 예정인 ‘2019 평생학습과학축제’를 전면 취소했다. 12∽13일 개최 예정이던 ‘2019 김해시 독서대전’행사도 출판사 북페어 등 야외 행사는 모두 취소하고 실내행사만 진행하기로 했다.
전남에서는 담양 한우축제와 광양 숯불구이축제, 신안 섬우럭축제, 한돈인의 날, 전남 한우경진대회, 농업인의 날 등 ASF 전파 우려가 있는 지역축제와 관련 행사를 모두 백지화시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지역축제를 강행하는 곳도 있지만 소나 돼지, 말, 애견 등과 관련된 동물관련 축제는 대부분 파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ASF등 가축질병에 인한 지역축제와 야외행사의 취소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7년 AI는 충남도 내 모든 시·군의 연례 행사인 해넘이·해맞이 축제를 사전 중단시켰다. 2015년 구제역이 발생한 아산시는 아산성웅이순신축제를 전야제만 치렀다.
지역 경제 피해는 눈덩이다. 가축질병의 확산은 매년 지자체 축제 및 문화체육행사 취소와 함께 관광객 급감을 가져오고 있다. 일부 지역 상인들 사이에선 외주업체에 발주한 행사 프로그램 위약금 지불이나 선지급한 연예인 출연료와 계약금 포기 등도 감수해야 한다.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봄가을 가축전염병 발생으로 지역축제와 야외행사가 취소 연기되면서 예산낭비와 지역경제 피해는 물론, 축제에 대한 시민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며 “일부 가축전염병은 토착화되면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 축제의 개최시기 조정이나 취소기준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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