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 “대북제재 목표 환상에 불과… 트럼프 정부가 자초”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74주년(10월 10일)을 앞둔 8일 오후 경기 파주시 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의 한 북한군 초소를 수리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유엔에서 활동한 미국의 대북 제재 전문가가 8일(현지시간)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고 정책을 권고하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기능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됐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최대 압박 정책이 ‘폐차 직전(on its last legs)’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대북 제재 체제의 약화에 트럼프 정부가 큰 책임 있으며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의 레버리지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2014년부터 최근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제재위) 전문가 패널에서 일한 스테파니 클라인 알브란트는 미국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정책 입안자는 대북 제재 효과가 하락하고 있는 엄연한 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제재 회피 노력에 제재 이행 시스템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한 특별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 압박' 캠페인에서 자신이 최악의 적이 돼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북제재가 외견상 북한을 응징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 자체로 목표가 돼 왔지만 그 목표조차도 환상에 불과하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3년 후인 올해 환율, 연료와 쌀 가격 등에서 북한이 거시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징후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새로운 결의안과 제재 회피를 방지하는 다양한 수단이 필요하지만 2017년 결의안을 마지막으로 새 결의안이 없어 북한의 끊임없는 제재 회피에 대처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제재의 효력이 약화하는 이유로 제재위의 무능함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회원국 간 방해, 의견충돌 등을 꼽았다. 제재위의 불화가 전문가패널에도 스며들어 독립성을 약화하려는 시도가 증가했고 실제로 지난 8월 펴낸 중간 보고서는 감시능력을 축소하려는 의도에 따라 이전 보고서의 절반 규모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북한의 정치적 관계가 제재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중국, 러시아, 한국 정상을 만나는 등 폭넓은 국가와 확고한 외교적 경제적 관계를 맺으면서 광범위한 불법 행위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미중 무역전쟁, 한일 다툼, 북미협상 교착, 미국 정책의 명확성과 일관성 부족 역시 다른 나라가 제제 집행에 무관심하게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재위 전문가패널의 감시 및 이행개선 조치 권고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돼 왔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대체로 자초한 상처의 결과로 이런 곤경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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