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서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 집회가 열리고 있다. 배우한 기자

대학 시절, 거리의 집회에 나가면 집에 돌아오는 길이 그토록 외로울 수가 없었다. 그토록 뜨겁던 거리의 열정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차갑게 식어버리는 느낌. 그렇게 간절한 표정으로 외치던 모든 구호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모두 허공 속으로 안타깝게 흩어지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것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무시무시한 간극 때문이기도 했고, 학생운동이 그만큼 대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뼈아픈 소외감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후로 나도 모르게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무턱대고 무서웠고, 나의 생각이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그런데 최근에 검찰개혁 촉구를 위한 서초동 촛불집회에 다녀온 뒤로, 처음으로 집회에 다녀오고

나서도 결코 외롭지 않은 나를 발견했다. 지난 10여년 간 촛불집회에 여러 번 참여했지만, 이번엔 뭔가 달랐다. 서초동 촛불집회에 참여한 뒤,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군중 속에서 처음으로 고독을 느끼지 않은 밤이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백척간두에 서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신기하리 만치 밝았다. 그것은 상황이 좋아서 우러나오는 미소가 아니라,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우리가 함께하는 한, 희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엄마들, 온가족이 알록달록한 피켓을 만들어 촛불뿐 아니라 온갖 반짝이는 LED별들을 몸에 붙이고 나온 가족들로 인해 내 마음도 함께 환해졌다. 마침내 검찰이라는 권력의 심장을 향해, 따스한 희망의 촛불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도 예리한 화살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 강남의 한복판에서 권력의 심장부를 향해 목이 터져라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니. 그 어떤 소외감도 외로움도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는, 서로를 향한 무한한 연대감과 배려만이 살아 숨쉬는 평화로운 집회의 분위기도 치유의 온기를 전해 주었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나처럼 가슴이 답답해 잠 못 이루는 사람들, 나처럼 뉴스를 보며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고통에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나는 그 눈부신 촛불의 물결을 통해 오래 전 상처 입은 내 마음이 치유되고 있다는 사실을 퍼뜩 깨달았다. 대학 시절 사람이 너무 모이지 않아 경찰조차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집회에 나갔다가 홀로 집으로 향할 때 펑펑 울며 돌아왔던 생각이 났다. 그때는 참 외로웠는데, 누구도 우리 생각에 동의해 주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에 서럽고 쓸쓸했는데, 이제는 사람들의 함성이, 사람들의 한결같은 구호가 마치 ‘내 꿈의 리어카’를 등뒤에서 열심히 밀어 주는 다정한 응원처럼 들렸다. 이름은 물론 얼굴도 직업도 모르는 우리 모두는 서로를 향해 가장 따스한 친구이자 동지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통제나 명령 때문이 아니라 각자의 자유로움과 각자의 염원이 그대로 실린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저마다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움직임이 지극히 아름다운 빛의 포물선을 그리며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민주주의’라는 보이지 않는 골대를 향해 눈부시게 날아오르고 있었다. 나는 ‘내일 강연이라 목을 아껴야 하는데’라는 소심한 생각을 내려놓고, 어느새 목이 터져라 ‘검찰 개혁 조국 수호’를 외치느라 금세 목이 쉬고 말았다. 그래도 마냥 좋았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밤, 그 수많은 인파 속에 껴있어도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지 않은 최초의 밤이었으니까. 이렇게 아름다운 노란 별빛들과 함께라면, 결코 외롭지 않다. 절대로 바뀌지 않을 세상을 향해 주먹 쥔 내 손가락에 피가 나도록 벽을 탕탕 두드렸던, 내 깊은 외로움의 밤들이 끝나가고 있었다. 하늘의 별들을 잠시 우리 마음으로 옮겨와 지상에 흩뿌려 놓은 듯한 찬란한 촛불의 행진이었다. “여러분, 상처받지 마세요, 흔들리지 마세요!”라는 가수 이은미의 속삭임이 마치 비처럼 음악처럼 시처럼 소설처럼 우리 가슴을 아프게 적시는 밤이었다. 우리의 촛불은 이제 민주와 평화를 넘어 더 크고 깊은 아름다움과 치유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정여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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