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발사 장면. 신형 SLBM은 2일 오전 동해 원산만 수역에서 시험발사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주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했다. CNN NBC 등 미국 주류 미디어가 열띠게 보도했다. 그들은 이것을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다. 우리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게임 판도를 바꾸는 신묘한 무기라는 것이다. 북미 실무협상에 악재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호들갑에 그러려니 해왔지만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들을 시험했을 때 3종의 게임 체인저가 완성됐다고 했다. 8월 말, 북한이 건조 중인 3000톤급 잠수함을 공개하니 그것도 게임 체인저라 했다. 이번 SLBM은 ‘진정한’ 게임 체인저라고 한다.

북한이 만들고 있는 3000톤급 잠수함에 SLBM 한 발을 싣고 태평양을 가로질러 미 본토를 타격하는 것은 군사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그런데도 대부분 미국 전문가와 언론은 소설을 쓴다. 우리는 항상 한술 더 뜬다.

바닷속 잠수함을 탐지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의 신형 잠수함은 1960년대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잠항 중에 큰 소음을 낸다. 수백㎞ 밖에서도 음파 탐지에 포착된다고 한다. 한 번 잠수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짧다. 500㎞ 정도 마다 물 위로 떠올라 디젤엔진을 돌려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므로 위험에 노출된다.

물 밖은 잠수함에 치명적이다. 대잠전력에 잡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으로 미 본토 근처까지 가려면 십수 번 떠오르고 잠수하고를 반복해야 한다. 지도부 지시를 확인하기 위해 통신해야 하므로 이때도 물 위로 올라와야 한다. 평양과 교신하는 전파를 쏘는 순간 위치가 포착될 것이다.

북한 SLBM도 완성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을 안정화시키려면 열댓 번은 더 시험 발사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가 압박할 테니 맘 편히 시험도 못 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그러니 북한이 SLBM으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우리에 줄 핵우산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소설에 흔들릴 필요는 없다.

게임 체인저는 문제적 용어다. 이게 희한한 정치적 효과를 만든다. 북한은 협상을 구실로 가공할 무기 개발 시간을 벌고 있었음을 부각시키며, 서늘한 악의를 도드라지게 한다. 그리고 그 무기들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이번 실무협상에서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위험한 일이었다. 물론 뭐 하나 가진 것도 없이 고자세이면서 무모한 북한이 항상 문제다. 섣불리 미국에 대들었다가 영혼까지 털리고 있는 중국을 옆에서 보면서도 이런다. 겁이 없을 리는 만무하고 무지하거나 생떼를 쓰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대책 없이 저런다고 미국까지 게임 체인저 운운하며 호들갑 떨 일은 아니었다.

미국은 정책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다. 특정 정책에 관련된 학자, 관리, 언론인, 정치인 간의 네트워크다. 이들은 미국 정부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거기서 게임 체인저라는 용어가 남발됐다. 워싱턴의 전반적 분위기는 북핵 협상에 부정적이다. 지식인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에 반대하는 게 마땅하다는 분위기도 작용하고 있다.

게임 체인저 소동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무익하다. 지금은 어떻게든 북핵을 동결시켜야 할 때다. 전문가와 언론은 더는 게임 체인저 운운하며 북한 위협을 과장하고 우린 늘 뒤통수 맞는다는 인식을 심어주지 말기 바란다. 지금 국방력 건설에 손을 놓고 협상만 하자는 게 아니지 않은가.

맞다. 북한이 잘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악마화해서는 협상이 안된다. 어차피 대화로 풀어야 한다. 답답하다고 북한처럼 핵개발을 할 것도 아니고, 화난다고 무력으로 확 쓸어버릴 것도 아니지 않은가. 좀 진정하고 기다려보자. 협상이 타결되면 평화가 이 모든 논란을 덮어 버릴 것이다.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