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한 미국과 스위스의 물리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제임스 피블스(84)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미셸 마요르(77), 디디에 쿠엘로(53)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를 올해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피블스 교수가 1960년대 중반 뼈대를 세우고 발전시켜 온 이론과 계산법이 지난 50여년 동안 현대 우주론 형성의 기반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의 이론을 바탕으로 약 140억년 전 ‘빅뱅(대폭발)’ 이후 우주의 유아기부터 현재까지 진화 과정을 추적하면서 현대 과학은 우주의 구성 물질을 파악했다. 별과 행성, 나무, 인류를 구성하는 물질 중 파악된 것은 단지 5%뿐이고, 나머지 95%는 현대과학도 알지 못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라는 것이다.
노벨위원회 한 위원은 피블스 교수의 업적을 설명하면서 우주 구성 물질을 커피에 비유했다. 그는 컵에 직접 커피를 따르며 “(잔에 가득 채운) 커피가 암흑에너지라면 여기에 넣는 적당량의 크림은 암흑물질이고, 아주 소량 넣는 설탕이 바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물질”이라고 말했다.
마요르와 쿠엘로 교수는 1995년 프랑스 남부의 한 관측소에서 처음으로 태양계 밖 행성을 찾아냈다. 지구와 같은 은하계에 존재하면서 태양과 유사한 유형의 별 주변을 돌고 있는 이 외계행성은 태양계 내 가장 큰 가스형 행성인 목성과 비교할 수 있다고 노벨위원회는 설명했다.
이들의 연구를 계기로 수많은 외계행성 탐색 연구가 시작됐고, 지금까지 4,000개가 넘는 외계행성이 발견됐다. 그 중에는 현대과학으로도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크기와 형태, 궤도를 갖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덕분에 인류는 외계 생명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됐다.
피블스 교수는 우주 분야의 이론물리학자이고, 나머지 두 명은 천문학자다. 엄밀히 말하면 서로 다른 분야다. 국내 학계에선 이 두 분야 학자들이 공동 수상한 것이 이례적이라 평가하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우주에 대한 아이디어를 형성하고(우주 이론), 우주 이웃을 탐험했다는(외계행성 관측) 점에서 이들 모두가 세상을 바라보는 개념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했기 때문에 공동 수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임명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피블스 교수는 워낙 저명한 대가이고, 외계행성은 최근 핫이슈이기 때문에 충분히 의미 있는 수상”이라고 평가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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