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등 도급 승인 대상 제외… 사고 때 원청 처벌에도 역부족
내년 1월 16일부터 원청업체에 대한 하청업체 안전 책임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ㆍ일명 김용균법)’이 시행된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산안법 하위법령이 원청의 책임 대상 범위를 협소하게 해석하는 등 구멍이 숭숭 뚫려 ‘김용균이 빠진 김용균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노동계는 하청 노동자의 산재 사망을 줄이려면 크게 △위험의 외주화 금지(도급 금지) △원청 책임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개정 산안법은 유해ㆍ위험 작업의 도급(하청)을 금지하고 있지만, 도급 금지 대상 업무가 황산 등 화학물질 사용으로 규정돼 실질 적용 대상은 많지 않다는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하청노동자 김용균씨가 작업했던 낙탄 처리 유지ㆍ보수 작업 등도 빠져 있다.
고용노동부는 산안법 시행령에서 도급 승인 대상을 규정해 재하도급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제한적이다. 하청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조선업 등은 도급 승인 대상이 아니다. 최명선 민주노총 안전보건실장은 “2018년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조사위원회가 ‘조선업은 다단계 하도급을 금지해야 한다’고 고용부에 권고했는데, 도급 승인 대상에 조선업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원천적 도급 금지는 법령에서 규제해야 하니 국회의 몫이지만 조선업처럼 상황이 심각한 업종에도 정부가 ‘안전판’을 만들지 않는 것은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정 산안법은 처벌규정이 약해 원청의 책임을 묻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7년 5월 삼성중공업에서 발생한 크레인 사고로 하청 노동자 6명이 숨졌지만, 원청인 삼성중공업 측에 내려진 처벌은 고작 벌금 300만원이었다. 현행법에는 기업이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도 기업을 직접 처벌할 수 있는 양벌 규정이 없고, 고의를 입증하기 어려워 보통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정도의 처벌에 그치기 때문이다. 개정 산안법은 원청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있지만,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업주에 대한 하한형이 도입돼야 한다는 노동계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는 “개정 산안법도 하청 노동자 안전을 원청이 책임져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 정도”라며 “이를 이행하게 만들 (처벌과 같은) 수단은 약하다”고 말했다.
하청 노동자에 위험 업무를 전가하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으려면, 현장의 안전규범 의식부터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 산안법에서는 수급인(원청) 적격에 관한 심사 제도를 두고 도급인(하청)의 안전에 관한 능력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런 제도의 수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하청 노동자 사망이 구조화되고 있지만 법으로 모든 도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도급을 자제하고 안전이 우선되도록 현장의 법 수용성부터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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