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만에 검찰개혁안 발표… 지나친 속도전에 의도 의심
취임 한 달을 앞두고 조국 법무부 장관이 8일 내놓은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직접수사부서 축소 및 폐지 관련 규정을 ‘이달 중’으로 손보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의 시행시기를 조정해 조 장관 일가 수사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고는 했지만, 지금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현 수사팀에 대한 명백한 압박”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국민과 검찰이 함께하는 검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직접수사 축소와 민생에 집중하는 검찰조직 개편 △인권존중과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한 수사관행 개혁 △견제와 균형원리에 기반한 검찰운영 등 세 가지 신속 추진과제를 공개했다.
조 장관은 이 중에서도 특히 첫 번째 과제인 직접수사 축소와 관련해 이달 중으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겠다 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3개 거점청에만 직접수사부서를 ‘필요 최소한도’로 설치하고, 명칭도 ‘반부패수사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앞서 대검이 제안한 개혁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훈령으로 있는 ‘인권보호수사준칙’을 법무부령으로 상향해 장시간ㆍ심야조사도 하지 못하게 할 계획이다. 1회 조사시간을 12시간 미만으로 하되 미성년자는 8시간으로 제한하는 식이다. 또 식사시간을 제외한 실제 조사 시간은 8시간을 초과해선 안되며 조사 후에는 8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이 보장돼야 한다. 심야조사에 대한 개념도,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로 정하고, 이 시간에는 피조사자의 ‘자발적 신청’이 있을 때에 한해서만 조사가 이뤄지도록 했다. 현재 피조사자의 ‘동의’에서 한 단계 기준을 더 높인 것이다.
수사가 지나치게 장기화되거나 별건으로 번지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이를 금지하는 규정도 이달 안으로 신설된다. 직접 수사 중에 별건 수사를 개시하는 경우 고검장에게 사전보고 해야 하며,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지면 사후감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직접수사 개시 후 별다른 이유 없이 시간을 끄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고검장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별건수사의 범위나 수사장기화의 기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조 장관은 이 같은 검찰개혁안을 마련하기 위해 취임 직후부터 △검찰개혁 추진지원단(9월17일 발족)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9월20일 발족) 등을 발족시키고, △의정부지검과 대전지검 천안지청을 찾아 검사 및 검찰직원들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법무부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들과 익명의 검찰 관계자들에게 개혁에 대한 의견을 듣기도 했다.
검찰도 조 장관의 전반적인 개혁방향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조 장관 일가 수사에 영향을 줄 소지가 다분한 영역까지 빠르게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의 한 현직 부장검사는 “민정수석 때는 특별수사 문제 없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서두르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냐”며 “개정안의 시행시기를 늦춘다고 해도, 개정 그 자체만으로 수사팀에는 압박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조 장관의 개혁안에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속도’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새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도 없는 개혁안을 대검과 경쟁하듯 발표했다는 것이다. 지방의 한 현직 부장검사는 “그간 수사에 선을 그으며 ‘장관으로서 할 일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날 발표는 ‘장관으로서 행보’를 보여주기 위한 ‘쇼잉’에 지나지 않는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좁혀 오는 수사망에 법무부가 얼마나 조급해 하는지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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