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 北대사 “美가 배후” 반발… 美는 “北, 비핵화 방법 내놔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대응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되는 데 대해 북한이 강력 반발하면서 북미 정세가 더욱 험악해지고 있다. 북한이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며 상응 조치를 연일 압박하는 상황에서, 미국도 북한에 비핵화 방법론을 내놓으라 촉구하고 나섬으로써 북미 간 기 싸움이 거듭되는 양상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7일(현지시간) 외신들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영국 등의 안보리 소집 요구에 대해 “위험한 시도”라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앞서 영국, 프랑스, 독일의 소집 요구로 지난 2일 이뤄진 북한의 SLBM 발사를 논의하는 안보리 비공개회의가 8일 열릴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그간 안보리는 북한의 도발이 추가 제재를 결의할 수준이 아니면 통상 규탄 성명을 채택해왔다. 이 회의는 당초 4일로 잡혔다가 이번 주로 연기됐는데 북미 실무협상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AFP통신은 유엔 주재 외교관을 인용해 이 회의를 비공개로 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이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고려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 것으로 보이지만, 김성 대사는 “우리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의 불순한 움직임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는 것을 안다”며 “안보리에서 우리의 자위적 조치를 이슈로 제기한다면 그것은 주권을 방어하려는 우리의 욕구를 더욱 자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안보리 회의 소집은 트럼프 행정부의 동의 없이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미국과 안보리의 모든 움직임을 예리하게 주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주권을 어떻게 방어할지를 묻는 질문에는 “우리가 미래에 무엇을 할지 주의 깊게 지켜봐 달라”면서 “또 다른 미사일 발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김 대사의 경고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보다 훨씬 심각한 SLBM 발사에 대한 유엔 차원의 추가 제재 논의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로버트 우드 미국 군축 담당 대사는 이날 군축과 국제 안보 등의 의제를 다루는 유엔 제1위원회에 참석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미사일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면서 “스톡홀름에서 이뤄진 대화는 중요했으며 북한이 이런 방식으로 계속하기를 바란다”고 북한이 미사일 도발 대신 대화에 진지하게 임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스톡홀름 실무협상에 대해 “우리는 몇 개의 사안들에 대한 창의적인 방안들을 갖고 대화에 나왔고 진전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며 “몇 주 안에 북한이 이 과정을 계속 진행할지 여부와 어떤 방식으로 그렇게 할지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에 양보조치를 압박하는 북한에 대해 비핵화 방법론을 내놓으라고 맞받아친 셈이다. 우드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히 밝혔듯이 북한이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있다면 북한의 미래는 밝다”면서도 “우리는 눈을 감고 북한과의 대화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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