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동양인 여성 최연소 악장 
 11, 12일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2017년 여름,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 선발을 위한 3차 오디션 현장. 세계적 지휘 거장으로 이 악단의 종신 수석 지휘자로 일하는 다니엘 바렌보임(77)은 연주를 갓 마친 스물 다섯 살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이렇게 말했다. “솔리스트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실력인데, 굳이 어린 나이에 오케스트라에 입단하려는 이유가 뭐죠?” 바이올리니스트는 이렇게 대답했다. “(솔리스트로) 바이올린 협주곡만 하기엔 음악 세계는 너무 넓어요. 다니엘 당신이 어떤 시각으로 음악을 보고 있는지도 알고 싶었고요.” 이지윤(27)은 그렇게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첫 동양인 여성 악장이자 최연소 종신 악장이 됐다.

이지윤이 11, 12일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경기필)와 협연한다.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악장을 맡은 후 2년을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말 빠르게 흘러간 시간”이라고 돌이켰다. 그는 “솔리스트로만 활동했다면 알지 못했을 인간 관계에 대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혔다”며 “내가 누군지, 어떤 음악을 추구하는지도 확실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유학생이었던 이지윤이 악장에 도전하게 된 건 현실적인 고민의 결과였다. 음악에 대한 자신감은 충분했지만 안정적인 터전을 찾고 싶다는 바람이 더 컸다. “(독일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 진학 한 후) 공부를 마칠 때가 된 시점에서 베를린에서 더 머물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었어요. 베를린에 남자고 마음이 기울 때쯤 솔리스트로서 내일, 다음달, 그리고 내년 무대를 걱정하는 것보다 안정적인 보장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다니엘의 지휘를 본 후 충격에 가까운 놀라움을 느꼈던 경험도 있었고요. 그래서 오케스트라 악장에 지원하게 된 거예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베를린 국립오페라단의 상주 오케스트라로, 이지윤은 종신 악장으로서 65세 정년을 보장 받는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8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기문화의전당 제공

이지윤은 악장을 맡으며 적잖은 변화를 경험했다. 그는 “보통 솔리스트들이 그렇듯 예전엔 ‘이지윤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려 애썼다면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며 “지금은 내가 누구인지 보다는 해당 곡의 작곡가가 어떤 색깔의 음악을 전하려 했는지에 더욱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가 오페라 곡을 자주 연주하는 것도 이지윤의 음악적 호기심을 깨웠다. 그는 “다른 악단은 오페라 레퍼토리를 이만큼 많이 연주하지 않는데, 사실 바그너나 푸치니 같은 많은 대가들은 기악곡보다 오페라 곡을 더 많이 썼다”며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에 머물면서 이전까지 내가 알았던 음악은 100분의 1 정도에 불과했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도 밝혔다.

바렌보임은 이지윤이 태어난 해인 1992년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상임지휘자가 됐다. 이지윤은 “바렌보임은 피에르 불레즈(1925~2016),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와 같은 지휘 거장 세대의 마지막 인물이나 다름 없다”고 표현했다. “바렌보임의 눈빛은 16살 소년의 그것처럼 아주 반짝거리는데 태어나서 처음 본 것이었죠. 어려운 사람일 거라 생각했지만 고민이 있을 땐 언제든 전화하라고, 또 집에 와서 연주를 해봐도 된다고 격려해 주시는 옆집 할아버지 같아요. 음악뿐만 아니라 그 삶 자체를 존경하게 되는 하나의 위인이에요.”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경기문화의전당 제공

이지윤은 이번 내한공연에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인다. 자신이 속한 베를린 슈타츠카펠레가 2017~2018년 브람스 전곡을 녹음한 후, 올해 여름까지 브람스 교향곡으로 투어를 진행해 왔다고 소개하며 “오랜만에 협주곡을 꺼내 드니 또 새로운 느낌이 든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협연하는 경기필의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와는 지난해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함께한 인연이 있다. 공연은 11일 경기 안성맞춤아트홀,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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