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573돌 한글날 시민 꽃 바치기 행사에서 ‘한글 사랑해’라는 문구에 꽃을 꽂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한글날이다. 이맘때면 우리말글에 대한 기사와 기고문이 쏟아진다. 한글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얼마나 우수한 문자인지에 대한 내용, 신조어 때문에 우리말이 파괴되어 세대 간 소통이 걱정된다는 내용, 한류 열풍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몇이며 한국어를 전 세계로 널리 알려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사실 매년 나오는 이야기는 비슷하다. 한글날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경일이 그렇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날에 담긴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차원에서 국경일을 만든 것일 테니 말이다.

한글의 가치를 깨닫고 우리 고유의 문자로 우리 문화를 번성시키자는 다짐은 한글날마다 수없이 반복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글이 무엇인지, 한글날이 어떤 날인지부터 잘 생각해보자. 한글은 세종대왕이 만든 우리 고유의 문자, 훈민정음이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나 일부 학계에서는 한글 창제의 주역을 신미대사나 일부 집현전 학자로 보는 의견도 있었지만,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창제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계의 정설이다. 우리말은 있었지만 이를 표기하는 문자가 없었기에 만들어진 것이 한글이며, 백성들이 우리 고유의 문자로 자신의 뜻을 펼치길 바라던 세종대왕의 정신과 그 결과물인 한글을 기리기 위한 날이 한글날이다.

그런데 한글날 쏟아지는 기사 중에는 한글과 한국어도 구분하지 못한 채 우리의 언어생활을 비판만 하는 것들이 꽤 있다. 물론 한글날을 맞아 겸사겸사 언어생활 전반을 되돌아보는 마음가짐 자체는 좋다. 그러나 우리 문자인 한글과 우리말인 한국어도 구분하지 못하는 기사들을 보면 마음이 답답하다. 한글이란 무엇인가, 한글날이란 어떤 날인가. 공휴일인 한글날, 이것만이라도 잠시 생각해본다면 국경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이유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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