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해 성격이 다른 촛불집회가 잇따르는 것과 관련해 처음으로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일련의 논란을 규정할만한 표현은 일체 쓰지 않았다. ‘문제’라고 지칭했을 뿐 흔히 쓰는 ‘조국 사태’라는 표현도, ‘검찰개혁 촛불집회’라는 단어도 안 썼다. 보수ㆍ진보가 광장에서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쳐선 안 된다는 염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문 대통령의 모습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즐겨 입는 남색 정장에 넥타이는 매지 않았고, 언제나처럼 준비된 원고도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중저음의 목소리는 한층 낮게 깔렸고, 표정은 시종일관 무거웠다. 3주전 수보회의 당시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환한 미소로 발언을 시작했던 모습과 대비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최근 표출된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고 운을 떼는 것으로 조 장관 관련 메시지를 풀어 놓겠다는 뜻을 전했다. 6분 30초간 이어진 모두발언 앞부분 4분을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포함한 태풍 피해 복구 및 재난방지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 대책 강화 지시로 채운 뒤다.

관련 발언을 시작하기 전에는 두 세 번 마른 침을 삼키며 호흡을 가다듬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일련의 상황을 최대한 중립적으로 언급하려 애썼다. 보수ㆍ진보 진영에서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단어나 표현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정치적으로 과도한 의미가 부여되는 맥락을 최대한 없애려는 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다양한 목소리’, ‘의견 차이’, ‘활발한 토론’, ‘온 사회가 경청’이라는 평범한 말들로 일련의 사태를 설명했다. 지금의 정치적 공방과 사회적 논란이 결국은 국론을 통합시켜 나가는 통과의례로 봐야 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7일 오전 출근을 위해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절제된 발언 모습은 지금까지 밖으로 알려져 있던 청와대 내 기류와도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지금껏 문 대통령은 검찰의 조국 장관 수사 행태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지난달 27일에는 “인권을 존중하는 검찰권 행사가 중요하다”고 사실상 공개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은 “엄정한 수사 보장”을 언급하며 “검찰 개혁에 있어서 법무부와 검찰은 한 몸이라는 사실을 유념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하나로 모아지는 국민의 뜻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보장 못지 않게 검찰 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물론 검찰개혁과 관련한 청와대의 기조가 달라졌다고 보긴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언급한 ‘한 몸’의 의미에 대해 “법과 제도적인 부분은 법무부가, 관행과 문화를 바꿔내는 건 검찰이 개혁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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