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만원 짜리에 4억5000만원 보상… 반환 과정서 시민 사기죄 고발까지
한국도로공사가 실수로 시민에게 토지보상금을 10배나 잘못 지급한 사실을 9년이 지나서야 발견한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보상금 반환 협의에 나섰지만, 협의가 뜻대로 되지 않자 해당 시민을 압박하려고 사기죄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도로공사 대전충남본부는 2009년 7월 국토교통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의 토지보상 사업을 위탁 수행하면서 충남 대산읍 임야의 토지보상금을 4억원 넘게 과다 지급했다. 도로공사가 보상할 토지 면적은 459㎡였는데, 행정 착오를 저질러 4,590㎡에 해당하는 보상금(약 4억5,000만원)을 내준 것이다. 원래 면적에 대한 적정 보상액은 약 4,500만원이었다.
도로공사는 2018년 2월 뒤늦게 잘못을 알아챘다. 1999년과 2009년 ‘해당 토지 면적이 잘못 기재됐다’는 지적을 받고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탓이었다. 충남 서산시장은 1999년 12월 해당 토지 기록에 오류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 ‘정정대상 토지’라는 기록을 남겼고, 2009년 5월 도로공사 충남본부에서 시가감정평가를 의뢰 받은 감정평가업자는 ‘해당 토지 면적이 대장과 다르니 보상업무에 참조하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두 기록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보상업무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공사는 4억원을 돌려받고자 2018년 4월 보상금 수령인 A씨를 상대로 토지보상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듬해 1월 ‘도로공사가 토지대장이나 감정평가서를 제대로 살펴 보지 않은 책임이 크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도로공사에 중대 과실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도로공사는 곧바로 항소를 제기한 데 이어 같은 해 2월 A씨를 경찰에 사기죄로 고발했다. 경찰은 사기죄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어 서울고등법원이 같은 해 8월 말 A씨에게 “2억9,000만원을 돌려주라”며 화해권고결정을 내리고서야 사건이 종결됐다.
강 의원은 “도로공사의 사소한 실수가 막대한 재정 손해로 이어질 뻔 했다”며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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