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신고가 접수된 충남 보령시 천북면 양돈농장 관계자들이 농장 입구를 소독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신속한 검사를 위해 헬기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신고에서 판정까지 반나절이 걸리고 있다. 이번 돼지열병 사태를 계기로 보다 효율적인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7일 농림축산검역본부, 충남도청 등에 따르면 전날 돼지열병 의심 신고가 접수된 충남 보령시 천북면 양돈농장이 음성 판정을 받는 데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9시간50분이었다. 처음 농장주가 충남도에 의심 사례를 신고한 시각은 오후 1시. 신고를 받은 충남도 동물위생시험소 가축방역관은 한 시간 뒤 신고 농장에 도착해 오후 3시56분까지 폐사체 도축 및 정밀검사를 위한 시료 채취를 했다.

방역관은 채취한 시료를 다시 홍성군 충남도청으로 가져와 오후 4시50분 산림청 헬기에 실었다. 헬기가 충남도청에서 경북 김천시 검역본부까지 시료를 운반하는 데 걸린 시간은 51분에 불과했다. 검역본부는 오후 5시41분 시료를 건네받아 정밀검사를 진행, 오후 10시54분 판정결과를 언론에 공표했다.

방역당국이 그나마 12시간 안에 판정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소방청, 산림청, 경찰청 등에서 헬기를 지원받은 덕분이다. 돼지열병 발생 초기에 정부는 차량으로 경기 북부에서 김천시까지 사료를 옮겼는데, 이동시간만 4시간 이상 소요됐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국회에서 “파주시, 김포시 의심 신고는 확진 여부 판정까지 12시간 30분~16시간이 걸렸다”고 지적하는 등 비판 여론이 일자 정부는 헬기를 투입했다. 현재까지 접수된 의심신고 27건 중 19건의 시료가 헬기로 이송됐다.

하지만 돼지열병 같은 특수 상황이 아니면, 평시에는 다시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생물안전등급(BSL) 레벨3’〔세계보건기구(WHO)가 1983년 제정한 실험실 권고 기준으로, 병원성 미생물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을 감염에서 보호하기 위한 것임. 감염 경로, 치료 가능성, 병원성 정도 등에 따라 미생물을 4가지 위험그룹으로 나누는데, 그중 BSL 레벨3은 심각한 감염을 일으키나 치료 가능한 미생물을 다루는 경우에 해당함.〕 실험실을 갖추고 돼지열병 판정 및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검역본부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2016년 경기 안양시에서 김천시로 이전했다. 김천시는 KTX와 경부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등이 지나지만, 이번처럼 경기 북부 등에서 가축질병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응이 쉽지 않다. 정밀검사에 소요되는 5~6시간은 다른 나라보다 짧은 편이어서 더 단축하기 어렵다.

다만 돼지열병 진단 노하우가 쌓이면 각 지자체가 자체 정밀검사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나중에는 돼지열병도 구제역처럼 지자체에서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는 전염 속도가 느린 돼지열병 특성상 속도보다는 안전성에 중점을 두고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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