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ㆍ안도현ㆍ공지영 등 작가 1,276명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고 검찰 개혁의 완수를 촉구하는 성명을 7일 발표했다.
대표 발의자인 황 작가와 안 시인, 장석남 시인 등은 이날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모여 성명서를 낭독했다. 작가들은 “블랙리스트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한데 다시 자의적인 공권력의 폭주가 시작되는 것을 보고 불안과 분노를 함께 느낀다”며 “검찰 개혁은 시대적 과제이자 촛불 민심의 명령이라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나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명에 참여한 우리 문학인들은 검찰 개혁의 기수로 나서 수모를 당하는 조국 장관의 곁에서 그를 응원하고 검찰 개혁을 지지함을 분명히 밝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석영(소설), 이시영(시), 정도상(소설), 안도현(시), 공지영(소설), 장석남(시)을 대표 발의자로 진행된 온라인 서명은 지난달 25일부터 구글 설문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성명에 참여한 문인은 정양(시), 윤흥길(소설), 권오삼(아동문학), 강정규(아동문학), 이상국(시), 이동순(시), 박성우(시), 문신(시), 김성규(시), 박준(시), 이경자(소설), 최인석(소설), 양귀자(소설), 이병천(소설), 정찬(소설), 곽병창(희곡), 이재무(시), 양문규(시), 하응백(평론), 권여선(소설), 함민복(시), 이윤학(시), 이정록(시), 오수연(소설), 나희덕(시), 이안(아동문학), 송지나(방송작가), 신형철(평론) 등이다. 장르별로는 시(시조 포함) 611명, 소설 173명, 아동문학(동시, 동화, 청소년) 215명, 수필 61명, 평론 58명, 희곡(드라마, 시나리오 포함) 153명, 번역 작가 10명 등이다.
[성명서 전문]
조국을 지지한다, 검찰 개혁 완수하라!
전국 각지에서 각기 작품 활동을 하던 우리 문학인들은 2개월여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조국 장관 임명 찬반 논란을 더는 지켜볼 수만 없다는 심정으로 함께 붓을 들었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우리 문학인들은 참담하기 그지없는 이른바 ‘블랙 리스트’ 사태를 겪은 바 있다. 당시 우리를 가장 두렵게 했던 것은 어둠 속에서 찔러오는 칼처럼,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 상대가 누군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그 실체가 드러났다. 권력의 상층부에서 배제와 차별을 결심하고 나면, 대한민국의 비판적 문화예술인들을 섬멸 타깃으로 삼아 기계처럼 작동한 대한민국의 모든 공권력, 그게 우리가 갖고 있던 두려움의 실체였다. 더욱 우리를 경악케 했던 것은 이러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어떤 절차적 검토나 내부 비판이 일절 없었다는 것. 힘을 가진 자 몇몇의 결정만으로 수년간 대한민국 문화예술계는 참기 힘든 모욕과 침체의 시절을 겪어야 했었다.
지난 촛불 혁명이 그저 박근혜 탄핵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해방 이후 파행적으로 흘러온 우리 사회의 흐름을 바르게 돌려놓고 싶다는 국민 모두의 열망이 모두 촛불이 되어 한반도를 비추고 서로가 서로에게 불빛을 비춰줬던 것. 우리 국민들 하나하나가 촛불이 되어 거대한 어둠의 야합을 불사르길 원했다. 이런 점에서 촛불 혁명을 거쳐 문재인 정부는 우리 국민의 기대와 의지를 구현해야 할 책임이 있다. 지금도 우리는 우리 자신을 신뢰하고, 우리의 미래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문재인 정부가 촛불에 담긴 이 시대의 간절한 바람을 구현해주길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조국 장관 논란’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이유다.
현재 조국 장관을 둘러싼 논의는 매우 혼란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장관 임명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조국 장관과 그의 가족을 일체화할 것인가 분리해 볼 것인가, 심판관을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확인되지 않는 의혹 생산자 역할을 하는 검찰은 무엇인가. 여기에 여론 몰이꾼으로 전락한 언론들은 매일같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부풀린 뉴스들을 쏟아냄으로써 혼란스러운 상황을 가중하고 있다. 자칫하면 사안의 경중에 대한 가치 판단마저 흐려질 판국이다. 모든 게 다 보이는 듯하지만 사실은 보이는 게 하나도 없는 게 작금 ‘조국 사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 눈을 가리고 진흙탕 개싸움으로 끌고 들어가려 해도 우리 국민들은 현명하게 이 사태를 주시하고 있음을 정치권과 검찰, 언론은 알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지금 전개되는 상황을 통해 우리는 중요한 사실 두 가지를 알게 되었다.
첫째, 검찰 개혁이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를, 우리는 2019년 대한민국 검찰의 행태를 통해 절실하게 깨달았다. 16년 전, 고 노무현 대통령으로 하여금 ‘이쯤 가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고 한탄케 했던 그들은 그 뒤로도 하나 변한 게 없었다, 아니, 더욱 극악하고 치밀해졌다. 지금 현재 통제받지 않고 있는 검찰 권력이 휘두르는 칼날은 군부 독재 시절 총칼보다도 더 공포스럽다. 현재 조국 장관과 그의 가족들에게 가해지는 검찰의 칼날은 그들의 인격과 영혼마저 압수 수색할 기세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와 조국 장관이 역설한 검찰 개혁의 첫걸음을 떼기도 전에 주저앉혀버리고 말겠다는 검찰의 살기가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고 있다. 지금 검찰은 마음만 먹으면 어떤 ‘블랙리스트’도 자신들 의사대로 만들 수 있다. 2019년 대한민국 검찰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는 조국 후보자에 대한 수사를 요란하게 개시함으로써 대통령의 인사권이나 청문회를 준비 중인 국회마저 안중에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현재 대한민국 검찰은 매우 위험하다. 자신들에게 잠재적 위험이 될 것 같은 조국 섬멸을 위해, 대통령과 국회도 무시하는 검찰의 칼끝은 결국 우리 공동체를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칼날이 될 것이다.
둘째,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권력 하이에나나 다름없는 대한민국 언론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게 되었다. 그들은 뉴스 전달자가 아니라 뉴스를 생산하는 자들이며, 자신들이 생산한 무기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국정에 직접 관여하려는 ‘또 하나의 통제되지 않는 권력’ 혹은 ‘권력 지향 집단’이란 점이 이번에 여실히 드러났다, 그들은 ‘단독’, ‘특종’ 등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팩트를 가공, 조작하여 퍼트림으로써 다양성에 대한 존중으로 바탕으로 성립되는 민주주의 사회의 암적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중계, 중재, 의견의 수렴 등 대한민국 언론은 ‘공기(公器)’로서 수행해야 할 최소한 역할조차 하지 않은 채, 다른 언론보다 더 자극적인 뉴스를 보도해야 한다는 맹목과 조급증에 스스로 매몰되어 있을 뿐이다. 그들은 ‘조국의 진실’을 밝힌다는 미명 하에 ‘조국(祖國)’을 병들게 하고 있다.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만 매몰된 정치 집단은 해묵은 정쟁을 일삼고, ‘권력의 칼날’에서 ‘칼날을 쥔 권력’이 되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 대한민국 검찰, 이들 사이를 오가며 권력 주변을 서성이는 언론 하이에나, 이들은 ‘삼각 동맹’과 같이 한 몸으로 움직이며 정치 개혁, 검찰 개혁 등의 시대적 과제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될까, 흙탕물 튕기기에 급급하다.
올가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국 사태’는 그야말로 국민 관심 돌리기, 관심 빼앗기의 일환이란 것이 우리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우리는 속지 않는다. 우리는 촛불 혁명 과정을 통해 스스로 각성하였고, 우리가 사는 이 시대와 이 나라를 얼마나 뜨겁게 사랑하는지 스스로 확인한 국민들이다.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온 나라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고 들어가려 획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시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던 암흑시대로 되돌아갈 수 없다.
이 서명에 참여한 우리 문학인들은 검찰 개혁의 기수로 나서 수모를 당하는 조국 장관의 곁에서 그를 응원하고 검찰 개혁을 지지함을 분명히 밝힌다. 우리 국가, 우리의 미래가 가야 할 길을 막아서는 세력과는 분연히 투쟁하겠다. 우리의 결의를 요약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은 검찰 개혁을 끝까지 완수하라!
대한민국 검찰은 국기 문란 행위를 당장 중단하고 검찰 개혁 논의에 참여하라!
대한민국 언론의 맹성을 촉구한다. 거친 입이 아니라 바른 눈과 귀를 기대한다.
전국 문학인들의 서명 참여를 호소한다. ‘블랙 리스트’의 악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2019년 9월 조국 지지, 검찰 개혁을 위해 모인 문학인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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