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의 북한 원정이지만 ‘캡틴’ 손흥민(27ㆍ토트넘)은 담담했다. 손흥민은 “우리는 여행객이 아닌 선수다. 오직 경기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7일 경기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2연전에 나설 대표팀 선수들을 소집했다. 유럽 무대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과 황의조(27ㆍ보르도) 황희찬(23ㆍ잘츠부르크) 이강인(18ㆍ발렌시아)을 비롯해 K리그 대표 김승규(29ㆍ울산)와 조현우(28ㆍ대구) 이용(33ㆍ울산)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11개월 만에 대표팀에 재승선한 남태희(28ㆍ알사드) 첫 태극마크를 단 이재익(20ㆍ알라이안)도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팀은 10일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스리랑카전에 이어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는 북한전에서 모두 승리해 3차 예선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각오다.
이번 2연전은 무엇보다 한국 남자 축구의 29년 만의 평양 원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흥민은 첫 북한 원정이지만,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선수들은 경기를 위해 평양에 간다. 뭘 보고 올 여유도 없을 것"이라며 “그라운드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최선을 다해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대결은 1990년 10월 평양 능라도5월1일경기장에서 펼쳐진 남북통일축구 이후 처음이다.
이번 평양 원정은 전력에선 한국이 북한에 앞선다는 평가지만, 김일성경기장의 인조 잔디와 응원단의 부재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손흥민은 “인조 잔디는 함부르크 유스 시절 이후 처음”이라면서도 “부상 위험은 천연 잔디에서도 있다. 언제 그런 경험을 해보겠냐는 마음으로 추억을 쌓고 오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북한의 대표 선수인 한광성(21ㆍ유벤투스)과의 맞대결에 대해서도 "축구는 팀으로 하는 것”이라며 “팀으로서 무조건 이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주장 손흥민은 동료 선수들에 대한 칭찬과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번 시즌 소속팀에서 11경기 7골 10도움으로 맹활약 중인 황희찬에 대해 “너무 잘하고 있어서 좋다”며 “조금만 힘을 아껴두면 더 위협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북한전에만 관심이 집중된다”면서 “축구에는 최약체가 없다. 스리랑카전도 우리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어렵다”고 선수단의 안일함을 경계했다.
한국을 이끌고 평양에 가는 첫 외국인 감독이 된 벤투 감독도 “일단 스리랑카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상대들이 밀집 수비를 들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심플하고 효율적인 운영으로 공격적으로 풀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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