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특고 산재 확대 방안 발표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진 특수형태 근로종사자(특고 노동자)인 방문판매원과 화물차주도 내년 7월부터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나홀로 사장님’인 1인 자영업자는 업종과 상관없이 모두 산재 혜택을 받게 된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산재보험 문턱 낮추기에 나선 것이지만, 현재 산재 보험 가입이 가능한 특고 노동자의 가입률도 13.7%에 불과한 실정이라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고용노동부는 7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특고 및 중소기업 사업주 산재보험 적용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특고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사회 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보험설계사, 퀵서비스기사, 대리운전기사 등 9개 직종만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특고 노동자의 산재보험의 가입 문턱을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우선 화장품 방문판매원과 같은 방문판매원 11만명(다단계 제외), 정수기나 공기청정기와 같은 대여제품을 유지 관리하는 방문점검원 3만명, 방문교사 4만3,000명, 가전제품 설치기사 1만6,000명 등 방문서비스 분야 종사자 총 19만9,000여명이 산재보험 대상에 들어간다. 철강재와 위험물질을 운송하거나 안전운임 적용 품목을 운송하는 화물차주 7만5,000명도 산재보험 가입이 허용된다. 또한 정보통신(IT) 업종 프리랜서와 돌봄서비스 종사자 등으로 대상의 단계적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자영업자를 위한 사회 안전망도 확대한다. 1인 자영업자는 현재 음식업 등 12개 업종만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한데, 앞으로 업종과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상시 노동자 300인 미만(현재 50인 미만)으로 가입 대상을 확대한다. 고용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안 등을 8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입법예고 한다. 법령이 개정되면 사업주 136만5,000명(1인 자영업자 132만2,000명, 근로자 고용 사업주 4만3,000명)은 즉시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고, 특수고용직 27만4,000명은 내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가입이 가능해진다.
관건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일이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특고 노동자 평균 산재보험 가입률은 13.7%에 불과하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는 산재보험이 강제 적용되고 보험료를 100% 사업주가 부담하지만, 특고 노동자는 사업주와 보험료를 반반씩 부담하고 원하지 않는 경우 ‘적용제외 신청’을 해 가입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민단체인 노동건강연대의 이상윤 대표는 “특고 노동자는 대개 고용주 영향 아래 있기 때문에 만약 고용주가 ‘산재에 가입하고 싶으면 다른 곳에 가서 일을 하라’고 할 경우 자발적으로 가입을 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선 특고 노동자의 산재보험 실질 가입률을 높이려면 ‘적용제외 신청’ 제도를 폐지·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적용제외 신청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앞에서 적용 대상을 확대해도 뒤에선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관련 법안은 18·19대 국회에서 폐기된 데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별다른 논의 없이 잠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 사유를 제한하거나 보험료를 지원하는 등 적용을 내실화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특고 노동자의 산재 보험료 절반을 부담해야 할 경영계가 여전히 비용 부담을 호소하고 있어 ‘적용제외 축소’ 문제는 향후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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