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프로풋볼리그(NFL) 루키 중 최대어로 꼽힌 한국계 쿼터백 카일러 머리(22ㆍ애리조나 카디널스)가 데뷔 5경기 만에 감격의 첫 승을 거뒀다. 머리는 이날 팀이 0-3으로 뒤진 1쿼터에 직접 첫 터치다운으로 리드를 잡는데 이어 23-23으로 팽팽히 맞서던 경기 종료 2분 전부터 ‘원맨 쇼’를 펼치며 팀의 역전승에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외신들은 이날만 253 패싱야드, 93 러싱야드를 기록한 머리의 활약에 주목했다.
머리는 7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위치한 폴브라운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 벵골스와 5주차 경기에서 팀의 26-23 극적인 승리를 견인했다. 이번 시즌 등번호 1번을 달고 카디널스의 주전 쿼터백으로 활약해 온 그는 앞선 4경기에서 1무 3패로 데뷔 첫 승을 거두지 못했지만, 이날만큼은 시작부터 끝까지 종횡무진하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이날 그의 맹활약으로 앞선 4경기에서의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 시즌 초반 짧은 패스에서만 정확성을 보였고, 쿼터백이 공을 던지기 전에 상대팀에게 태클을 당하는 ‘색’의 빈도도 다른 팀 쿼터백보다 월등히 높았단 평가였지만 이날 모습은 완전히 달랐다.
특히 경기 종료 직전 2분동안 펼친 활약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경기 종료 약 2분을 앞두고 벵골스에 터치다운을 허용해 23-23 동점이 된 상황에서, 머리는 왼쪽 사이드라인을 타고 달리는 데이비드 존슨(28)을 향한 24야드짜리 패스를 성공시켰다. 경기 종료 직전엔 직접 공을 들고 벵골스 수비를 뚫어내며 24야드를 뛰어 15야드 라인까지 전진했다. 마지막 공격 기회에서 필드골로 3점을 추가한 카디널스 선수들은 얼싸안고 서로를 격려했다. 경기 후 머리는 “우린 팀의 사기진작을 위해서라도 이 경기에서 이겨야만 했다”며 “이 경기는 카디널스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AP통신은 그의 활약에 ‘원맨쇼’란 표현을 붙이며 “1쿼터 터치다운을 포함해 48야드를 뛰면서 팀이 시즌 첫 전반 우세를 가져가는데 활약했다”고 했다.
머리는 지난해 6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오클랜드의 지명을 받은 뒤 올해 4월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카디널스 지명을 받으며 ‘지구상에서 메이저리그와 NFL에서 모두 1라운드에 지명된 유일한 선수’로 화제가 됐다. 실제 그는 대학시절 오클라호마 수너스의 풋볼팀과 야구팀 유니폼을 번갈아 입어가며 두 팀에서 모두 출중한 기량을 보였다. 그는 오클랜드 입단 계약 후에도 오클라호마 쿼터백으로 맹활약했고, 결국 지난해 대학풋볼 최고선수에게 주어지는 ‘하이스맨 트로피(Heisman Trophy)’를 수상한 뒤 진로를 NFL 틀었다.
머리는 2006년 피츠버그 스틸러스를 우승으로 이끌며 슈퍼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하인스 워드(43) 은퇴 이후 등장한 선수 가운데 가장 출중한 한국계 선수로 꼽힌다. 외할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란 그는 시즌 초반 기자회견 땐 한국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등장하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프로필엔 ‘green light’라는 영문 소개글과 함께 ‘초록불’이란 한글 표기도 덧붙이는 등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아 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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