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군 집에서 기르던 반려돼지 1마리 끝까지 버티다 결국 살처분된 사연

갓 태어난 미니돼지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반려돼지까지 죽여야 한다니 저희 입장에선 자식을 죽이라는 것과 뭐가 다르죠.”

7일 미니돼지를 키우는 반려인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입니다. 경기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달 16일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잇따라 발생하자 정부는 돼지열병이 집중된 지역의 모든 돼지를 수매ㆍ살처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양돈농가의 돼지들뿐 아니라 집에서 기르는 미니돼지 같은 반려돼지까지 ‘예방적 살처분’을 위해 희생된다는 소식에 일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유천호 강화군수가 3일 강화군청 아프리카돼지열병 종합상황실에서 지역 내 모든 돼지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이 종료됐음을 알리고 있다. 강화군청 제공

논란은 돼지열병이 5건이나 발생해 지역 내 모든 돼지 살처분을 결정한 인천 강화군에서 시작됐습니다. 강화군은 인천 내 전체 돼지의 88%를 키우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달 3일 강화군 양돈농가의 돼지 4만3,602두 살처분은 끝났으나, 단 한 마리의 돼지가 남았다고 합니다. 미니돼지를 길러온 한 가정에서 “집에서 키운 가족 같은 돼지를 죽일 순 없다”며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죠. 강화군은 설득과 함께 끝내 주인이 응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을 통해 살처분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결국 반려돼지 주인은 이를 받아들였고, 미니돼지는 주인이 만들어준 자신의 침실에서 하루를 보낸 후 안락사를 통해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물권 관련 단체 ‘카라’ 관계자는 “이 미니돼지의 보호자는 병에 걸렸는지 검사라도 해달라고 호소하며 며칠을 버텼지만, 강화군에서는 행정대집행을 하고 비용까지 물리겠다고 해서 더 이상 버티는 건 가능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강화군청 관계자는 “강화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의 돼지열병 확산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해당 돼지의 주인을 지속적으로 설득했다”고 설명하기도 했죠.

동물권행동단체 ‘카라’가 공개한 인천 강화군에서 반려돼지를 기르는 한 가정집의 풍경. 방역을 위한 생석회 등이 인근에 쌓여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경기 파주시에서는 반려돼지를 데리고 도망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파주 역시 모든 돼지들이 수매ㆍ살처분 대상에 오른 지역인데요, 한 동물단체가 지난 4일 파주에 위치한 교회에서 키우던 반려돼지 3마리를 파주 인근 경기 고양시로 몰래 옮긴 겁니다. 이 사실을 파악한 파주시청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바로 다음날(5일) 고양에 위치한 동물단체 소유 보호소에서 돼지들이 발견됐습니다. 정밀검사 결과 해당 돼지들에게는 ‘음성’ 판정이 내려졌으나 경기 지역에 돼지 일시이동중지명령이 내려진 시점에 반려돼지를 옮긴 동물단체는 수사 후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동물단체에서는 “반려돼지들에게도 농장돼지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모두 죽여야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돼지열병이라는 재난 상황에서 살처분을 강요하기보다는 어떻게 질병에서 반려동물을 보호해야 하는지를 알리고, 이상이 발견되면 질병 검사를 신청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이 같은 예방적 살처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치사율 100%에 달하는 돼지열병이 국내를 덮친 지 2주째, 확진 건수는 벌써 13건에 이르는데 방역에 필수적인 전염원 ‘유입경로’도 오리무중인 상황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확산 방지를 위해 돼지열병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시ㆍ군을 마지노선으로 한 방역이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경기 북부지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되는 가운데 4일 경기 파주 한 양돈농가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파주와 김포 내에 있는 모든 돼지를 대상으로 예방적 살처분 및 도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주=뉴시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정부의 돼지열병 발생 지역 전량 살처분은 국제적인 기준에 비춰보면 과한 측면도 있지만, 이런 조치가 이해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 이들의 평가입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이날 “통상적으로는 질병 발생지 기준 500m 이내가 살처분 관련 국제기준이지만, 국내에서는 지난달 3㎞로 확대했다”며 “지나친 결정이라고 보지만, 지역의 모든 돼지를 죽이기로 했다면 반려돼지도 (살처분을) 하는 것이 맞다”고 했습니다. 우 교수는 “국내에서는 돼지열병이 지난달 16, 17일 처음으로 발생하고 일주일 가량 잠잠하다, 또 다시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또 다시 조용해지는 등 간헐적인 양상을 보였다”며 “이는 농가에서 피해를 우려해 의심신고를 꺼리다가 일제검사를 한다고 하면 그제서야 신고를 한 탓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는 이 같은 농가의 상황 등을 고려해 예방적 살처분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아직까지는 돼지열병 확진 사례가 모두 경기 북부와 접경 지역에 한정된 상태인 만큼 돼지의 씨를 말려서라도 확산을 막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우 교수는 “그 지역에 돼지가 남아 있는 한 돼지열병의 원인이 될 수 있기에, 바람직하지 않지만 반려돼지도 그렇게 (예방적 살처분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오연수 강원대 수의학과 교수 역시 “2일과 3일 기존 돼지열병 발생지인 파주와 김포에서 추가로 확진 사례가 나왔다는 것은 이들 지역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면서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