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초유의 폭염에 이어 올해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하지만 기상청의 장기예보(1~3개월 전망) 역량은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2015년 장기예보 역량진단평가를 통한 정확도 향상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상청의 장기예보 핵심요인별 역량 평가 결과 평균점수는 68.2점에 그쳤다. 모델개선, 평가검증, 예보관 역량 등의 요소가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장기예보의 정확도가 단·중기예보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 의원의 지적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 한파,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의 빈도가 늘고, 강도도 높아짐에 따라 폭염 등 이상기후에 대한 장기전망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 전국적으로 폭염이 31.5일 동안 발생했고, 열대야는 17.7일 발생했으며, 홍천에선 일최고기온 41도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온열질환자는 11년 이후 최대치인 4,526명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48명이 사망했다. 풍수해는 지난해 11차례 나타나 5명의 인명피해와 1,219억원의 재산피해를 입혔다. ,
지난해 7, 8월에는 폭염·가뭄으로 2만2,509ha(헥타르)에 달하는 밭 작물에 피해가 발생했고, 올 겨울철에는 이상기후에 따른 강수감소로 속초 등에서 강수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의 수는 현재까지 7개로, 지난 1959년과 공동으로 최다 기록이다. 현재 북상중인 태풍 하기비스가 추가로 한반도에 영향을 준다면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이처럼 이상기후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재 기상청의 장기예보 전망은 제대로 된 이상기후 정보를 예측·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도 미비하다. 2020년 기상청 정부예산(안) 장기예보 분야의 예산을 보면, 장기예보 선진서비스체계 구축에 약 19억원, ‘기상ㆍ지진 See-At 기술개발연구’에 11억원, ‘장기예측시스템 개발’에 약 13억원 등, 기상청 예산(안) 3,952억원 가운데 장기예보 분야 예산은 고작 1%남짓한 43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마저도 올해 예산대비 약 10억원이 삭감된 금액이다.
전현희 의원은 “기상청은 장기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예보역량 부문과 이상기후 등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전사적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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