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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重讀古典] 관인학(觀人學), 사람을 보는 지혜

입력
2019.10.07 18:0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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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본성을 파악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 사람마다 선과 악의 정도도 다르지만 그 본성과 외모도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의 본성을 파악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 사람마다 선과 악의 정도도 다르지만 그 본성과 외모도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게티이미지뱅크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보면 공자가 외양으로 사람을 판단했다가 실수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인지 중국인들이 잘 하는 말이 있다.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人不可貌相)’. 이것이 관인학(觀人學)의 요체다.

전국시대 대표적 유가(儒家)인 순자(荀子)는 ‘비상(非相)’에서 관상으로 사람으로 판단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관상술이 근거 없다고 하면서 군자가 되는 연유는 관상이 좋아서가 아니라, 당사자의 행실이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장자(莊子)’에도 외모를 배제하고 사람을 파악하려 했던 유가학파의 흔적이 남아있다. 공자가 말한다. ‘사람들의 마음이란 산천보다도 험난하고 하늘을 알기보다 어렵다. 하늘에는 봄, 가을, 겨울, 여름 및 아침과 저녁의 일정한 시간의 변화가 있다. 그러나 사람은 두꺼운 외모 속에 감정을 깊이 감추고 있다. 외모는 점잖아 보이면서도 내심은 교만한 자가 있고, 재주가 뛰어난데도 어리석어 보이는 자도 있다.…정의를 갈구하던 사람이 도리어 정의를 불에 덴 것처럼 내팽개치기도 한다.’

뒤를 이어 외모나 인상을 배제하고 행적을 통해 사람을 관찰하는 아홉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데, 이를 구징(九徵)이라고 한다. 후세에 오면 촉한(蜀漢)의 제갈량이 공자와 유사한 방법을 제시했다. 삼국이 각축하던 시대, 절대 열세의 상황에서 통일을 꿈꾸던 제갈량에게 밑천은 사람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장수 선발은 나라의 명운이 걸린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제갈량은 ‘심서(心書)’, 또는 ‘장원(將苑)’이라고 부르는 책에서 사람을 식별하는 일곱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사람의 본성을 파악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 사람마다 선과 악의 정도도 다르지만 그 본성과 외모도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외모는 온화하고 선량해 보이지만 행실이 간사한 사람도 있고, 겉으로는 공손해 보이지만 마음속이 기만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도 있다. 또 겉으로는 용감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나약하고 겁이 많은 사람도 있고, 남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따로 꾸미는 일이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사람의 본성을 알아낼 수 있는 일곱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어떤 일의 옳고 그름에 대해 물어 보고 포부와 관점을 관찰한다. 둘째, 일부러 트집을 잡아 난처하게 만들어 임기응변 능력을 관찰한다. 셋째, 어떤 책략에 대한 의견을 물어 보고 식견을 관찰한다. 넷째, 큰 재난이 닥쳐온 것을 미리 알리고 용기를 관찰한다. 다섯째, 술 마시는 기회를 이용해 크게 취하게 만든 뒤 품성을 관찰한다. 여섯째, 이익이 눈앞에 어른거리게 하고는 청렴한지 아닌지 관찰한다. 일곱째, 기한이 설정된 일을 맡기고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관찰한다.’

이상이 제갈량의 ‘칠징(七徵)’이다. 그런데 칠징만 알아서는 곤란하다. 사람을 볼 때 조심할 사항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칠류(七繆)’이다. 칠징과 칠류는 동전의 앞뒤처럼 붙어 있다고 할까. 촉한의 숙적인 위(魏)나라 사람 유소(劉劭)가 지은 ‘인물지(人物志)’에 나온다. 유소는 공자의 ‘구징’을 의식한 듯, ‘인물지’의 첫 편을 ‘구징’으로 명명했는데 인재 선발과 임용을 위해 이 책을 편찬했다. 삼국시대, 조조와 유비는 영토를 두고도 싸웠지만,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도 싸웠다. 인재를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쓰는 나라가 살아남기 때문이다. ‘인물지’의 내용은 이채롭다. 그중 ‘칠류’에서 사람을 살필 때 조심할 사항을 언급했다. 대략은 다음 같다.

첫째, 사람들의 평판을 편파적으로 받아들이는 잘못. 둘째, 세상일을 개인적 호오에 맞추어 보는 잘못. 셋째, 타인의 마음을 파악하는데 무엇을 먼저 살피고 중시해야 하는지 놓치는 잘못. 넷째, 자질을 평가할 때, 조숙(早熟)형 인재인지 만성(晩成)형 인재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것. 다섯째, 인재의 유형을 구별할 때, 자신과 같은 성향의 인물은 너그럽게, 다른 성향의 이들은 배척하게 되는 태도. 여섯째, 능력을 살필 때, 빈부귀천의 처지를 간과하는 것. 일곱째, 기발한 점을 평가할 때, 진짜 능력자와 사이비 능력자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

이 밖에도 흥미로운 충고가 많다. 악인을 싫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나 간혹 악인과 친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한 가지 장점은 있기 마련인데 그것이 나와 맞아떨어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와 친해지고 그가 악인이라는 걸 잊게 된다고 분석하는 내용이 그 하나이다. 또한 성장 환경이나 출신 배경에 눈이 가려져 잘못된 인물을 고르는 사례를 경고하기도 한다.

‘인물지’에 따르면, 최고의 인물은 ‘평담무미(平淡無味)’한 특징이 있다고 한다. 이런 ‘밋밋하고 멋대가리 없는 사람’은 탁월한 안목이 없는 한, 알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사람을 찾아내는 일에 이렇게 애를 써야 하는 이유는 세상을 편안하게 하려면 수많은 인재가 필요하지만 세상을 망치는 데는 한 사람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박성진 서울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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