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결렬 이후 北 행보는
대북 전문가들은 7개월 만에 미국을 만난 북한이 ‘불쾌하다’며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당분간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측이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오도록 대미 압박을 가하면서, ‘생존권’을 위한 자위력 보강 차원에서 신형 무기의 추가 시험발사 등을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실험이 아닌 이상 자위적 국방력 강화 차원에서 무력시위를 할 수 있다”며 “핵과 ICBM 활동을 중단시킨 게 도널트 트럼프 미 대통령의 거의 유일한 성과인데, 그 자체를 완전히 파기하진 않지만, 거의 파기에 근접하는 형태의 군사 활동을 해 턱 밑까지 옥죄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북측은 이날 ICBM 발사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협상 결렬 후 ”ICBM 중지에 대해서 연말까지 유지할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ICBM 시험발사 중지가 계속 유지되는가 그렇지 않으면 되살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입장에 달려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북미 대화의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ICBM 발사 중지 재개 가능성까지 거론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본토에 위협이 되지 않는 단거리 미사일은 무시해왔지만,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또, 북한의 무력시위 수단으로 거론되는 건 초대형 방사포(다연장 로켓)다. 지난달 10일 평안남도 개천시 일대에서 초대형 방사포 시험 사격을 한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앞으로 방사포의 위력상 가장 뚜렷한 특징으로 되는 연발 사격 시험만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말한 점에 비춰 추가 시험발사 가능성이 높다.
또 실무협상 직전 발사했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추가로 발사할 수도 있다. 북한이 이달 2일 발사한 SLBM은 최대 비행고도 910여㎞로 약 450㎞를 비행했다. SLBM은 핵무기 투발수단 중 가장 은밀하고 요격이 힘들어 미국 입장에선 ICBM에 버금가는 위협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지난번 발사 때는 수중 바지선 위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던 만큼, 추가 시험발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북한이 판을 깨는 수위까지 나아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추가 무력시위를 한다 해도 그건 미국 눈치를 보지 않고 무기의 현대화를 하겠다는 의미가 더 강할 것”이라며 “미국 반응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는 건 북한 입장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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