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0의 균형이 계속된 키움의 정규이닝 9회말 마지막 공격. 선두타자 박병호(키움)을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LG 마무리 고우석이었다. 하지만 홈런왕과 영건 강속구 마무리 대결의 긴장감을 느낄 겨를도 없이 박병호는 고우석의 초구를 강타해 고척돔 가운데 담장을 넘겨버렸다.
키움이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와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에서 박병호의 극적인 끝내기홈런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하고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지난해까지 치러진 총 28번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85.7%(24번)에 이른다.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박병호는 마지막 타석에서 이날 키움 타선의 ‘변비야구’에 종지부를 찍는 한 방을 치고 1차전 MVP에 선정됐다. 반면 고우석은 단 하나의 공을 던지고 패전투수가 되는 불명예기록을 남겼다. KBO리그 포스트시즌에서 공 하나 만으로 패전투수가 된 건 고우석이 처음이다.
제이크 브리검(키움), 타일러 윌슨(LG)의 명품 투수전이 빛난 첫 판이었다. 브리검은 선발 6.2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을 2개씩만 허용하고 탈삼진 8개를 곁들여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윌슨도 8이닝 동안 8피안타를 기록했지만 키움 강타선을 상대로 한 점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공격은 두 팀 모두 매끄럽지 못했다. 키움 타선은 1회 1사 1루, 2회 1사 1ㆍ3루, 3회 무사 1루, 4회 1사 2ㆍ3루 등 숱한 찬스에서 병살타나 삼진으로 답답한 흐름을 자초했다. 김하성은 5회와 8회 두 번이나 견제사를 당했다.
LG는 2회 선두타자 김현수가 볼넷으로 출루한 걸 제외하곤 6회까지 브리검에게 노히트노런으로 봉쇄당했다. 김현수는 준플레이오프 최다 볼넷 신기록(17개)을 작성했다. 7회에서야 정주현 대타 박용택이 우전안타로 첫 안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LG도 대주자로 투입된 신민재의 견제사로 찬물을 끼얹었다. 이어 이형종의 볼넷과 2사 후 채은성의 중전안타로 2사 1ㆍ2루 기회를 잡았지만 카를로스 페게로가 브리검을 구원 등판한 조상우의 155㎞짜리 강속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다. LG는 8회초에도 선두 김민성이 볼넷으로 나갔지만 유강남의 희생번트가 포수 병살타로 이어지면서 마지막 찬스를 날렸다.
키움은 브리검에 이어 조상우-김상수-오주원으로 이어지는 필승 불펜을 가동해 LG를 무득점으로 막았고, LG는 윌슨에 이어 곧바로 고우석을 투입했다. 양 팀의 강한 뒷문을 감안할 때 연장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 보였지만 올 시즌 5번째 홈런왕(33개)에 등극한 박병호의 한 방은 또 한번 극적인 순간에 터졌다. NC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고우석이 또 고개를 숙여 류중일 LG 감독은 고민을 떠 안게 됐다.
한편 이날 고척돔엔 만원 관중(1만6,300석)이 들어차 올해 포스트시즌 첫 매진을 기록했다. 두 팀은 7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치른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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