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본부를 둔 아동 인권 국제 NGO ‘플랜 인터내셔널(Plan International)’이 2007년 무렵 ‘Because I Am a Girl’이란 이름의 캠페인을 시작했다. 여성, 특히 어린 여성의 인권에 초점을 맞춘 사실상 첫 국제 캠페인이었다. PI는 강제 조혼과 여성 성기 훼손ㆍ절제(FGM)의 실태를 조사 폭로했다. 생의 처음서부터 삶의 전 영역에 걸쳐 그들이 겪는 교육과 영양, 의료서비스와 법적 제도적 차별을 고발했다. 유엔과 국제단체 개발 원조의 전제로 어린 여성들의 교육권 보장 등 차별을 근본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로비했다. 젠더의식으로 무장한 어린 여성 세대를 구축함으로써 그들의 힘으로 사회를 개조하고 인류를 차별로부터 구원하자는 원대한 구상이었다. 2007년부터 ‘Because…’란 제목의 연례 보고서도 발간했다.
2011년 12월 유엔 총회는 PI 캐나다지부와 캐나다 여성지위부 장관 로나 앰브로스(Rona Ambrose)가 제출한 ‘국제 소녀의 날(International Day of the Girl Child)’ 제정 결의안을 표결로 채택했다. 말랄라 유사프자이에 대한 야만적 폭력에 세상이 분노로 들끓던 2012년 10월 11일, 제1회 국제소녀의 날 주제는 조혼 근절이었다.
어린 여성 차별에 대한 데이터는 검색 엔진에서 설렁설렁 살펴도 숨이 막힐 정도로 많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에 따르면 2014년 현재 6,200만명 이상 취학연령 소녀가 학교를 못 다닌다. 5~14세 소녀들은 가사노동에, 같은 연령대 남자 아이들보다 연간 총 1억6,000만 시간을 더 쓴다.
국가와 지역, 종교, 문화에 따라 젠더 차별의 정도는 많이 다르고, 그 다름을 근거로 차별은 남 일이라고 강변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젠더 차별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운 나라는 아직 한 나라도 없다. PI가 청소년 일반이 아닌 소녀들의 인권에 주목하고 유엔이 굳이 소녀의 날을 제정한 까닭도 그래서다. ‘성별을 떠나서’ 따위의 문제의식ㆍ인권 의식이 얼마나 공허하고 가식적인지, 또 차별 구조를 어떻게 교묘하게 강화해왔는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뼈저리게 깨달았다는 공개 고백이기도 했다. 올해 ‘국제 소녀의 날’ 테마는 ‘더 밝은 미래를 위한 소녀들의 힘기르기(Empowering Girls for a Brighter Tomorrow)’이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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