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기억할 오늘] 1919 MLB의 흑역사(10.9)

입력
2019.10.09 04:40
26면
0 0
1919 미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준우승팀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들. 투수와 주장 등 주전 8명이 승부 조작에 가담, 선수 자격을 영구 박탈당했다.
1919 미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준우승팀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들. 투수와 주장 등 주전 8명이 승부 조작에 가담, 선수 자격을 영구 박탈당했다.

꼭 100년 전인 1919년 10월 9일,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8차전 경기가 시카고 코민스키 파크에서 열렸다. 홈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원정팀 신시내티 레즈의 경기. 화이트삭스는 이미 4경기를 내준 터여서 한 번 더 지면 끝이었다. 화이트삭스는 졸전 끝에 10대 5로 패했다. 1882년 창단한 신시내티 레즈의 월드시리즈 첫 우승이었다. 하지만 그 우승은 MLB 역사상 가장 께름칙한 우승으로 기록됐다.

월드시리즈 직전 한 무리의 도박사들이 화이트삭스 선수들을 매수했다. 표나지 않게 져주면 ‘거금’을 주겠다는 거였다. 1906년과 1917년 두 차례나 월드시리즈를 우승한 화이트삭스는 당시로선 레즈를 압도하는 명문팀으로, 베이브 루스가 타격 천재라고 격찬한 조 잭슨(Joe Jackson) 등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했다. 아웃필더 잭슨과 1루수인 주장 아널드 갠딜(Arnold Gandill), 투수 에디 시코트(Eddi Cicotte) 등 주전 8명이 그 음모에 가담했다.

당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처우는 지금과 달랐다. 연봉도 박했지만, 선수들은 이적 제한조항(Reserve Clause, 1975년 폐지) 때문에 구단 동의 없이 팀을 떠나려면 야구를 포기해야 했다. 선수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이었다.

화이트삭스 구단주 찰스 코민스키는 선수 출신이면서 선수들에게 무척 박하기로 악명 높았다. 선수 유니폼 세탁비조차 지급하지 않아 화이트삭스는 ‘블랙삭스’라 불릴 정도였다. 그가 선수들에게 지급한 1917년 우승 보너스는 고만고만한 등급의 샴페인이었다. 승부 조작 음모에 가담한 선수들의 마음에는, 돈도 돈이지만, ‘구단을 엿 먹이자’는 뜻도 있었다고 한다.

시리즈 초기부터 도박사들을 중심으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도박 판돈도 레즈 쪽으로 몰렸다. 레즈는 1~5차전 중 4번을 내리 이겼다. 매 경기마다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던 도박사들은 “돈을 모두 베팅에 써버렸다”며 약속을 어겼다. 배신감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화이트삭스는 6, 7차전을 승리했다. 도박사들이 가족을 해치겠다며 선수들을 협박했다는 설이 있다.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듬해 대배심이 소집됐다. 일부 선수들이 조작 사실을 자백했다. 하지만 재판 중 자백서들이 모두 도난당하는 어이없는 일이 빚어졌다. 선수들은 모두 증거 부족으로 풀려났지만, MLB는 그들 8명의 선수 자격을 영구 박탈했다. 최윤필 선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