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호 태풍 ‘타파’, 제18호 ‘미탁’에 이어 올 19번째 태풍이 발생할 조짐이다. 미탁으로 발달했던 제37호 열대저압부에 이어 제38호 열대저압부가 괌 인근 바다에서 발생했다. 이 열대저압부가 태풍으로 발달하면 태풍위원회 회원 14개국이 제출한 이름 순서에 따라 필리핀이 낸 ‘하기비스’라는 명칭이 붙는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괌 동쪽 2,010㎞ 인근 해상에서 열대저압부가 발생해 오전 9시 현재 괌 동쪽 약 1,940㎞ 부근 해상에서 서쪽으로 시속 7㎞의 느린 속도로 이동 중이다. 중심기압은 1,006헥토파스칼(hPa)이고 최대풍속은 초속 15m(시속 54㎞)다. 열대저압부의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 ‘초속 11m 이상∼17m 미만’이면 열대저압부, ‘초속 17m 이상’이면 태풍으로 분류되는데, 이번 열대저압부는 일요일인 6일 오전 9시 초속 18m(시속 65㎞)로 강해질 전망이다. 태풍으로 발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기상청은 이 열대저압부가 6일이나 7일 태풍으로 발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괌 동남동쪽 900여㎞에서 시작했던 미탁보다 동쪽에 치우쳐 있고 북쪽에서 찬공기가 내려와 북태평양 고기압이 다소 수축한 상태여서 현재로선 일본 방향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압 배치의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다 수온이 낮으면 태풍이 얻게 되는 에너지가 적어져 한반도까지 올라오기 어렵지만, 현재 북서 태평양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 태풍이 발달해 북상하기 좋은 조건이 갖춰져 있다. 또 태풍은 주로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데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확장해 있어 우리나라 인근까지 올라올 수 있는 길목마저 조성돼 있다.
평년(1981∼2010년 평균) 10월에는 3.6개의 태풍이 발생해 0.1개가 우리나라에 직ㆍ간접 영향을 미쳤다. 미탁은 10월에 우리나라에 접근했지만 발생 시점이 9월 말이어서 9월 태풍으로 분류된다. 통계상으로는 이달에도 태풍이 발생해 한반도로 올라올 수 있는 것이다. 11ㆍ12월에도 태풍은 발생하지만 대만 인근 수온이 떨어지는 데다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와 방패막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대부분 한반도 인근까지 북상하지 못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6일부터 한반도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와 북태평양 고기압이 일본 쪽으로 수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선 태풍이 올라오더라도 일본 열도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큰 편이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이번 열대저압부는 내일(6일)이나 모레(7일) 태풍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직은 우리나라와 거리가 멀고 한반도 주변 기압계 변화에 따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지 말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미탁까지 모두 7개로, 기상 관측 이래 1959년과 함께 최다 기록이다. 하기비스까지 우리나라로 오게 되면 올해는 태풍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해가 된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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