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학수 이대서울병원 통증센터장 “주사 치료 많아… 스테로이드 적절하게 쓰면 도움”
‘참는 게 미덕’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통증은 단지 아픈 증상이 아니라 몸의 특정 부위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다. 게다가 통증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원인이 사라져도 통증이 지속되는 ‘만성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만성통증은 특정 질환이 없는데도 3개월 이상 계속 아플 때를 말한다. 교통사고 후 상처는 아물었지만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만성통증 환자가 250만명으로 추정된다(대한통증학회). 만성통증을 방치하다가 수면장애ㆍ우울증ㆍ불안ㆍ자살충동 등 다양한 문제에 시달리게 된다. 통증환자에서 우울증이나 우울감 유병률이 30~70% 정도 생긴다. 60~80%의 만성통증 환자가 수면장애나 의욕 상실을 호소한다.
‘통증 치료 전문가’ 박학수 이대서울병원 통증센터장(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을 만났다. 박 교수는 국내외 관련 학술지 편집·심사위원을 맡고 있으며 대한통증학회 서울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 교수는 “통증은 대개 생활습관이나 자세 교정 등으로 자연히 치유될 때가 많아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하지만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통증을 참다간 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통증도 질병인가.
“통증은 우리 몸이 생존을 위해 보내는 신호다. 몸 어딘가에 이상이 생기면 통증이 생긴다. 이 때문은 우리는 질병을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다. 그러기에 통증은 몸을 보호하는 필수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인 통증을 방치하다간 아픈 증상을 넘어 통증 자체가 병으로 악화할 수 있다. 통증을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통증 원인이 없어져도 계속 아플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3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되면 만성통증이라고 한다. 만성통증은 신체적 장애뿐만 아니라 우울증 등 정신적 장애도 일으킬 수 있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통증 치료에 어떤 약이 쓰이고 있나.
“통증 치료에 쓰이는 약은 매우 다양하다. 소염진통제와 마약성 진통제, 통증의 민감성을 조절하기 위한 항경련제, 항우울제 등 다양한 메커니즘을 가진 약을 쓴다. 하지만 진통제를 무분별하게 먹는 등 약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마약 의존성, 스테로이드 부작용, 위장장애, 심혈관계 부작용, 콩팥과 간 기능을 못하는 등 몸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통증 정도와 양상, 몸 상태 등을 고려해 통증 전문의에게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에 통증 치료에 ‘주사 치료’가 많이 쓰인다. 이는 통증을 아주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정확한 진단을 통해 찾아낸 병변 부위에 약을 직접 주입하는 치료다. 간혹 주사 치료에 대해 ‘주사를 맞으면 뼈가 녹는 등 뼈에 좋지 않다’는 등의 오해를 한다. 이런 오해는 주사 성분의 하나인 스테로이드 때문에 생긴다. 스테로이드는 골다공증이나 혈당을 높이는 등의 부작용이 있지만 강력한 항염·진통 효과가 있어 통증을 유발하는 부위에 적정하게 사용한다면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통증 치료를 목적으로 스테로이드를 단기간 소량 사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아주 적고 시술법과 주입 약제의 종류와 용량을 달리하면 경우에 따라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주사 치료를 할 수 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일부 신경차단술을 시행할 때 스테로이드를 주입하지 않아도 스테로이드를 넣었을 때보다 치료효과가 결코 낮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주사 치료로 혈당이 치솟을 것으로 걱정하는 당뇨병 환자나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면역기능저하 환자 등에게도 효과적인 주사 치료가 가능하다.”
-통증센터를 낯설어 하는데 주로 어떤 치료를 하나.
“근골격계 통증, 신경병증성 통증, 암성 통증 등을 주로 치료한다. 근골격계 통증으로는 디스크탈출증·척추관협착증 등 척추질환, 오십견(유착성 관절낭염)·회전근개파열·석회성 건염 등 어깨질환, 퇴행성 무릎관절염 등 퇴행성 관절질환 등이다. 신경병증성 통증 질환에는 고령로 급증하는 대상포진과 대상포진 후 신경통, 당뇨병성 신경병증성 통증,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등이 있다. 또한 암 통증, 암 전이로 인한 통증, 암 치료과정에서 생기는 신경통 등 암성 통증도 통증센터에서 치료한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변형된 척추 뼈가 신경을 누르며 자극하는 척추관협착증이나 척추전방전위증 같은 척추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난 데다 비수술 치료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통증센터를 찾는 환자도 늘었다. 꼬리뼈에 내시경 기구 등을 넣어 의사가 눈으로 보면서 들러붙은 부분을 떼내고 염증과 부기를 가라앉히는 내시경신경성형술을 많이 한다. 골다공증 등으로 뼈가 무너지는 환자에게 구조물을 살려주는 골시멘트 성형술도 한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비수술 치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도 있다. 이런 환자들을 선별해 수술과로 보내는 것도 실력이다. 마취통증학과 의사도 진단을 잘 해야 하는 이유다. 통증 치료를 받은 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환자 스스로 좋은 자세를 유지하고 식습관을 바꾸고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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