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등기 이사직은 내려 놓지만 부회장직을 유지하며 책임 경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자동 만료되는 이달 26일까지 이사회와 임시주총 소집 공고를 내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상법상 기존 이사 임기를 연장하려면 주총을 열어야 하고, 그 2주전에는 소집공고를 내야 한다. 이 부회장 임기 만료일인 26일 기준으로는 오는 12일까지는 소집 공고가 발표돼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달에는 이사회 소집 공고를 내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의 임기는 오는 26일을 끝으로 자동 만료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사내 이사로 선임됐던 지난 2016년에는 주총 소집 한달 전에 소집 공고가 났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사내 이사직을 내려 놓기로 한 배경으로 조만간 재개될 국정농단 관련 이 부회장의 파기 환송심을 들고 있다.
지난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2심이 무죄로 판단한 혐의에 대해서도 대법원이 유죄를 인정해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한 것이어서 삼성전자는 당시 큰 충격에 빠졌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향후 열리는 파기환송심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은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다시 맞을 수도 있다”며 “재판 자체도 부담이겠지만, 유ㆍ무죄를 다시 가리는 재판을 앞두고 등기 이사직을 계속 맡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등기 이사직을 내려놓더라도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책 마련과 삼성의 미래 먹거리인 시스템 반도체 사업 추진 등에 힘을 쏟으며 책임 경영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사내 이사 연임과 관련한 주총 소집 공고일은 아직 명확히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 부회장의 등기 이사직 연임 여부와 관련 없이 이 부회장이 회사 경영을 책임진다는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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