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의선 고양이 살해범 첫 공판 “길고양이인 줄 알았다” 
지난 7월,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에서 정모 씨가 고양이를 살해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 보도 영상 캡처

지난 7월 발생해 많은 이들이 분노했던 ‘경의선 고양이 살해사건’의 첫 공판이 열렸습니다.

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유창훈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피고인 정모씨(39) 측은 “범행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재물손괴 혐의는 무죄를 주장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씨는 지난 7월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 인근 식당 앞에서 식당 주인이 키우고 있던 고양이 ‘자두’의 꼬리를 움켜쥔 채 바닥에 내리치고 머리를 수차례 밟는 등 잔인하게 살해해 동물보호법 위반 및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고양이를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했고 그 장면이 CCTV 화면에 포착됐기에 정씨가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것은 명백합니다. 여기에 자두는 반려인이 있던 반려동물이므로, 법률상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는 것이죠. 결국 정씨는 동물보호법 위반은 인정했지만, 재물손괴는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정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죽인 고양이를 피해자가 키우는 고양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만에 하나 피해자의 고양이라고 하더라도 (정씨는)주인이 없는 길고양이라고 생각했다”며 타인의 재물을 손괴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씨 측이 재물손괴 혐의를 부인한 이유는 가중처벌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동물보호법 위반의 경우 지금까지 동물학대로 실형을 선고한 사례가 없습니다. 재물손괴로 가중처벌되는 것만 피하면 정씨가 실형을 피해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형법 제366조(재물손괴 등)에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 8조 2항에 따라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저지를 경우 징역 2년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동물권을 연구하는 변호사단체 PNR의 서국화 대표(법무법인 위공 변호사)는 “만일 재물손괴와 동물보호법이 병합되면 형이 올라갈 수 있다. 두 죄의 인과관계를 파악해 더 중대한 죄의 50%를 가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 대표 설명대로라면 정씨가 받을 수 있는 형량의 최고치는 징역 3년에 1년 6개월을 더해 징역 4년 6개월입니다. 만일 4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된다면 집행유예는 불가능합니다. 형법 62조는 집행유예의 조건을 ‘3년 이하의 징역’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 판례까지 적용하더라도 동물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를 더한다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이와 같이 무거운 형을 선고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짖는 소리가 거슬린다며 개들이 있던 피해자의 집 마당에까지 몰래 들어가 개 4마리 중 2마리를 각목으로 때려 1마리를 죽여 기소된 A씨에게 제주지법은 지난 1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건조물침입, 동물보호법 위반, 특수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는 동물보호법 위반과 특수재물손괴가 병합돼 재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형량은 징역 10월에 그쳤습니다. 여기에 초범이라는 점이 감안돼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입니다.

서국화 대표는 “동물보호법과 재물손괴가 병합되면 가중처벌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과 별개로, (경의선 고양이 살해사건은) 행위 자체가 굉장히 잔인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동물보호법만 적용해도 집행유예 없는 실형 선고를 해 법원이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판단을 새로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는데요. 세상을 떠난 고양이 자두의 반려인 예모씨는 이날 공판에 출석해 “자두는 제가 키우는 고양이가 맞다”며 “재물손괴가 아니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는 이날 공판을 통해 피고인을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는 의사를 법원에 밝혔습니다. 정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11월5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2. 야생 멧돼지 사체서 ASF 양성... 당국 '특단의 조치' 
경기 파주시 파평면과 적성면, 문산읍, 김포 통진읍에서 연달아 ASF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입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이번 주에도 발병한 가운데 야생 멧돼지에서도 처음으로 ASF 바이러스가 검출돼 방역 당국이 ‘특단의 조치’에 나섰습니다.

2일 경기 파주시 파평면과 적성면의 농장에서 ASF 의심 신고된 돼지를 검사한 결과 확진 판정이 나왔습니다. 지난달 27일 인천 강화군 하점면의 농장에서 ASF가 발병한지 5일 만의 일입니다. 이튿날 파주 문산읍, 김포 통진읍에서도 연달아 ASF 확진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4일 현재까지 ASF가 총 13건 발생한 가운데 이날 오전 인천 옹진군 백령면(백령도)에 위치한 양돈농가에서 ASF 의심 신고가 접수됐지만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당국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백령면 사무소 가용 인력을 총 동원해 의심 신고한 농장을 통제하고 방역 작업을 실시했습니다.

연천군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의 사체(왼쪽)를 정밀 진단한 결과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환경부가 3일 밝혔다. 환경부 제공

한편 지금까지 오리무중이었던 ‘ASF 감염 경로’에 대한 중요한 단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3일 환경부는 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사체를 정밀 진단한 결과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멧돼지 사체는 군부대가 발견해 연천군에 신고함에 따라 연천군에서 안전하게 시료를 채취한 뒤 국립환경과학원으로 이송해 진단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환경부는 ASF 바이러스 검출 결과를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방역당국에 즉시 통보했습니다. 이에 국방부는 "DMZ를 포함한 이북 접경지 전역에 헬기를 동원해 7일간 항공 방제에 돌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살아 있는 멧돼지가 북한에서 직접 남한으로 건너오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인천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오전 6시쯤 북한에서 건너온 멧돼지가 인천 강화군 교동면에 위치한 군부대 철책선 안에서 부대의 감시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이 멧돼지는 북한으로부터 헤엄쳐 바다를 건너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ASF 발생으로 경계가 강화된 이후 북한 멧돼지가 휴전선 남쪽으로 넘어온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입니다. 이 멧돼지가 ASF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9월17일 경기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ASF가 발생해 방역당국이 살처분 작업을 벌이고 있다. 농식품부는 4일부터 경기 파주시와 김포시의 돼지들을 수매하거나 살처분해 농장을 비우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연합뉴스

ASF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방역당국은 결국 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농식품부는 4일부터 경기 파주시와 김포시의 돼지들을 수매하거나 살처분해 해당 지역의 농장을 전부 비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수매 대상 농장은 예방적 살처분 대상지역(ASF 발생농장 반경 3km) 밖에 위치한 농장이며 수매에 응할 경우 해당 돼지를 검사한 뒤 이상이 없으면 도축할 계획입니다. 정부 수매를 거부한 농가의 돼지는 살처분 대상이 됩니다.

좀처럼 ASF가 잡히지 않는 원인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현섭 한국양돈수의사회 회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방역 체계가 부처별로 따로 움직이고 있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ASF 방역정책 총괄은 농식품부 소관이지만 현장 방역은 지자체, 야생 멧돼지 관리는 환경부에서 맡는 등 대처가 제각각이라는 뜻입니다. 김 회장은 “ASF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통일된 방역 체계를 적용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허점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김현권 의원실에 따르면 8월까지 경기, 인천 강화 지역에서 발견된 멧돼지 사체 중 환경과학원이 정밀검사를 실시한 개체는 단 34마리에 그쳤다고 합니다. 환경과학원의 생물안전연구팀에는 수의직이 3명 있는데, 그중에서 1명은 파견, 다른 1명은 휴직 상태입니다. 결국 생물안전연구팀에서 현재 근무 중인 수의사는 단 1명이라는 뜻입니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방역 구멍’으로 인해 ASF가 언제쯤 종식될지 아직까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 이슈 업데이트 
 -애린원 최종 철거됐지만… 끝나지 않은 구조 
애린원 철거 현장에서 구조된 동물의 모습. 여전히 사람의 손길을 피하는 개들이 많이 남아 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 제공
1일 애린원 내부 시설 철거가 진행 중인 모습. 동물자유연대 관계자 제공

경기 포천시에 위치한 사설 동물보호소 ‘애린원’의 철거가 최종 완료됐습니다.

지난 1일 오후 1시부터 애린원의 2차 강제 철거 집행이 진행됐습니다. 철거 현장에 동행한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애린원 내부에는 아직 동물이 남아 있고, 이 동물들을 추가로 구조하면서 시설 철거 작업이 진행됐다고 합니다. 애린원 부지를 임차하고 있는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 마리의 희생도 없이 애린원 건물의 철거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유영재 대표는 애린원 내부에서 구조된 동물들은 총 1,207마리로 집계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조된 동물들은 현재 애린원 부지 맞은편 공터에서 임시 계류 중입니다. 유 대표는 당초 이 공터에 임시 견사를 지으려 했지만 애린원 철거에 반대하는 일각에서 반대 민원을 넣어 임시 견사를 조성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아직 구조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유 대표는 앞으로 200여 마리를 더 구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애린원 철거 당시 뒷산으로 도망친 개들과 열악한 애린원의 구조물을 뚫고 탈출한 개들 역시 인근 길거리를 떠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기동물의 지옥’으로 불린 애린원 문제가 최종 해결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관심과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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