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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종두법 도입한 지석영은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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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종두법 도입한 지석영은 한의사

입력
2019.10.0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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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일본에는 악독한 2대 군벌이 있다. 육군의 뿌리가 된 야마구치현 죠슈번과 해군의 뿌리가 된 가고시마현 사쓰마번 출신들이다. 규슈 지방의 죠슈번과 사쓰마번의 사무라이들은 오랜 앙숙이었지만 지방분권체제인 에도 막부에 반기를 들고 공동전선을 펼치고자 사죠연합이라는 동맹을 결성하고 메이지유신을 함께 일으켰다.

그런데 지방의 하급 무사 집단이었던 그들은 근대화에 도태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됐다. 이에 그들은 불만의 칼날을 엉뚱하게 밖으로 돌려 이른바 정한론(征韓論)을 주창하게 된다.

그들의 정신적 스승인 죠슈번의 요시다 쇼인은 대륙을 침략하기 위해 독도를 집어삼켜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수제자 이토 히로부미는 이를 실천에 옮긴 대표적 인물이다.

제국주의 일본은 결국 러일전쟁 당시 독도를 일방적으로 자국의 영토로 편입한 후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었다.

한편 가고시마현 사쓰마번 출신의 인물들은 바닷가 출신답게 일본제국 해군의 뿌리가 되었는데 태평양전쟁 말기 단말마적인 가미카제 자살공격대가 주로 규슈 가고시마현에서 대거 출격한 것도 이런 역사적 뿌리와도 관련이 깊다.

그런데 이런 군벌 집단이 세습되어 죠슈번 가문의 직계 후손인 아베 총리와 사쓰마번 가문의 직계 후손인 아소부 총리가 연합을 결성하여 마치 정한론 시기 내부 불만을 한반도로 돌려 침략 행보를 시작했던 것처럼 경제보복 조치와 함께 노골적인 혐한여론을 부추기고 국민을 선동하고 있어 큰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한의학을 미신과 비과학으로 매도하고 오직 서양의학 의료체계만을 강요하였던 일제강점기 역사의 상흔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어 그 폐해가 너무나 크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통합의학’을 모토로 동양의학을 크게 주목하고 있는데, 눈부시게 발전 중인 중국, 일본의 전통의학에 비해 우리 한의학은 일제 잔재의 제도적 족쇄에 묶여 국제경쟁에서 점점 뒤처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만약 일제 36년 식민통치가 없었다면 우리나라 한의학은 어떤 모습으로 발전했을까? ‘한의사’라면 전통에만 집착하는 사람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구한말 한의사들은 한의서를 집필한 다산 정약용에서 보듯 실사구시의 실학사상에 영향을 받은 데다 기술지식인의 관점에서 기존의 부패한 양반 정치를 비판하고 신문물 도입에 누구보다 개방적인 혁신 인물이 많았다.

김옥균, 박영효, 홍영식 등 개화파 지도자들의 스승인 한의사 유대치(유홍기)는 KBS대하드라마 ‘찬란한 여명’에서 주인공으로 조명되기도 했던 우리나라 근대화의 선각자이다.

이와 더불어 영국인 제너의 천연두 치료법인 우두법을 처음 도입한 한의사 지석영도 대표적 개혁개방 인물이라 할만하다. 지석영은 우리나라 최초로 서양의학을 배워온 인물로서 지금의 서울대 의대의 전신인 ‘대한의학교’의 초대 교장을 역임하여 양의사를 가르친 한의사이기도 하다.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에는 우리나라 서양의학의 선구자인 선생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사실 동양의학은 ‘상한론(傷寒論)’이라 해서 전염병에서 인간이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한 데서 시작된 학문이기도 하다. 지난번에 언급했듯이 백신 접종 치료는 서양의학이 아닌 동양의학의 인두법(人痘法)에서 최초로 시작된 것인데 이것을 발전시킨 것이 제너의 우두법(牛痘法)이다. 우리가 지금 흔히 쓰는 ‘면역력’이라는 말도 알고 보면 ‘역병을 이겨내는 힘’이라는 뜻으로 전통한의학용어이다.

요약하면 구한말 대한제국의 의사(지금의 한의사)들은 서양의학 도입에 적극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들이었고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이 없었다면 한의학과 서양의학 지식에 두루 정통한 통합의학적 소양을 갖춘 의사 인력을 국립 의료교육 기관을 통해 충분히 배출해나가서 지금처럼 한의사와 양의사의 구별 없이 전혀 다른 한국 의료체계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승렬 편한세상한의원 대구 본원 원장

이승렬 편한세상한의원 대구 본원 원장.
이승렬 편한세상한의원 대구 본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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