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나 졸리가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말리피센트’에 대한 애정이 그를 움직였다. 2014년 ‘말리피센트’에서 주연 말리피센트를 연기한 그가 후속작 ‘말리피센트 2’에서 동일 배역을 다시 맡은 것이다. 그간 졸리는 은퇴까지 언급했을 정도로 영화 업계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었다.
졸리는 4일 서울 행당동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 또한 좋았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14세에서 21세로 성장한 오로라와 말리피센트와의 관계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두 인물의 관계는 극의 주요한 흐름이다. 그는 “인간과의 차이점을 나타내고자 검정색 의상을 입고, 날카로운 인상으로 꾸몄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17일 개봉하는 ‘말리피센트 2’는 말리피센트가 딸처럼 돌본 오로라(엘르 패닝)가 인간 세계의 왕자와 결혼을 약속하며 벌어지는 갈등, 그에 따른 두 세력 간의 전쟁을 그린다. 또 전작에서 담지 못했던 말리피센트의 정체성과 출신을 다룬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나가는 여정인 것이다.
‘말리피센트 2’의 주제의식은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다. 인간 세계를 믿지 않는 말리피센트는 오로라의 결혼 축하연에 참석하기 위해 큰 뿔을 가리지만, 오히려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졸리는 “말리피센트의 종족 다크 페이가 만들어진 뒤 다 함께 살펴보니, 그 안에 평등도 있고 서로를 인정하는 다양성도 있었다”며 “어린이들은 심오한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영화를 본 뒤 무의식 속에선 다양성을 인정하게 되는 한 단계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화의 중심 배역은 모두 여성이다. 말리피센트를 비롯해 오로라, 악역인 잉그리스 왕비(미셸 파이퍼) 모두 강인한 모습이다. 졸리는 특히 오로라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졸리는 “미국을 비롯한 서양 사회에선 거친 행동이 강인한 여성을 상징한다고 여기는데, 오로라는 부드러운 매력을 가졌는데도 가장 강력한 캐릭터”라고 말했다. 또 “엘르는 진정한 오로라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개인적으로 미셸 파이퍼의 팬이기에, 극중 대립과는 별개로 즐겁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졸리는 아들 매덕스 졸리-피트(19)가 지난달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UIC)에 입학하면서 또 한번 관심을 끌었다. 자녀를 타국에 보낸 것 역시 말리피센트와 닮았다. 이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졸리는 “둥지를 떠난 아이가 있기에 감정을 준비하는 데 굉장히 좋았다”며 “아들이 만족스럽게 교육받고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말리피센트의 부하 디아발을 연기한 샘 라일리도 이날 화상 인터뷰에 함께 참여해 “부모로서의 경험은 말로 형언할 수 없고, 영화인으로서 했던 모든 영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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