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ㆍ강호순 등 역대 흉악범과 같고 다른점은]
유영철ㆍ정남규는 살해 도구 특정… 시신 훼손 통해 우월감 느껴
이춘재도 스타킹 등 피해자 물품 써, 일관된 수법 등 ‘살인 중독’ 특징
‘화성연쇄살인’을 포함해 15건의 살인과 30여 건의 성폭행 범죄를 자백한 이춘재(56)에 대해 경찰과 범죄심리학자들은 "감히 어떤 연쇄살인범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악의 범죄자”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희대의 연쇄살인범들과 이춘재의 공통점이 적지 않지만 범행 동기는 물론, 범행 기간과 대상 등의 기준에서 흉포함이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서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범행 과정에서 일관된 수법과 자신만의 인증을 남기는 것은 연쇄살인마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강호순의 경우 스타킹으로 피해자들을 목 졸라 살해했고, 유영철은 자신이 직접 제작한 손망치를 살해 도구로 사용했다. 정남규는 칼을 가지고 다니면서 ‘묻지마 범죄’를 저질렀다. 이춘재도 이런 연쇄살인마의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이춘재는 피해자들의 옷과 스타킹 등을 결박용으로 사용했고, 범행 과정에서 모욕과 욕설을 퍼부었다.
살인 뒤 시신을 훼손해 암매장하거나 유기한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이춘재는 화성연쇄살인 일부 피해자의 성기를 심하게 훼손했고, 시신은 모두 야외에 유기하거나 암매장했다.
자신이 잘 아는 지역에서 범행을 이어갔다는 것도 연쇄살인마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유영철은 서울 각지에서 살해행각을 벌였지만 가장 많은 11명을 서울 마포구의 자신 거주하는 오피스텔에서 살해한 뒤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다. 강호순의 범죄 무대는 거주지와 축사가 있는 수원시 안산시 군포시 등 경기 서남부였다. 정남규의 연쇄살인은 서울 이문동과 수유동 정도를 제외하고 구로구 금천구 영등포구 등에서 벌어져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이라 불렸다. 이춘재의 범행도 자신이 태어나 성장해 누구보다 지리에 밝은 화성시 진안동 일대에 집중됐다.
이춘재는 군에서 제대한 1986년 1월 이후 충북 청주시에서 처제 강간 살인으로 붙잡힌 1994년 1월 전까지 끊임없이 살인과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스스로 털어놨다. 자백을 근거로 경찰은 범행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는 ‘살인 중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유영철 역시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화성연쇄살인 진범에 대해 “이미 사망했거나 아니면 교도소에서 수감 중일 것"이라며 "연쇄살인범은 살인 행각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공통점이 적지 않아도 이춘재가 다른 연쇄살인범들과 다른 점은 범행 동기다. 범죄심리학자들은 어릴 적 부모 등의 학대가 원인이 될 수 있어 연쇄살인범들의 가정환경에 주목한다. 밤만 되면 아버지에게 맞았던 유영철, 이웃 등에게 성폭행을 당한 정남규, 아버지가 어머니를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강호순이 그랬다.
하지만 이춘재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가정환경과 성장과정에서의 특이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프로파일러들은 범행 대상이 모두 자신보다 약한 여성이고, 성폭력이 수반된 점 등으로 미뤄 심각하게 왜곡된 성적 가치관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교도소에서도 여전히 여성의 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면 지금도 성적으로 왜곡된 생각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가석방이 됐다면 또 다른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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