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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로 웨스트 여행 나선 와이어 아티스트 좋아은경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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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로 웨스트 여행 나선 와이어 아티스트 좋아은경씨

입력
2019.10.10 04:4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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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 아티스트 좋아은경씨가 올해 초 '제로 웨스트 여행'때 쓴 텀블러를 들고 있다. '할 수 있는 환경운동부터 실천한다'를 모토로 플라스틱 제품도 여러번 재생할 수 있는 물건은 쓴다.
와이어 아티스트 좋아은경씨가 올해 초 '제로 웨스트 여행'때 쓴 텀블러를 들고 있다. '할 수 있는 환경운동부터 실천한다'를 모토로 플라스틱 제품도 여러번 재생할 수 있는 물건은 쓴다.

코에 빨대가 꽂혀 고통 당하는 바다거북, 플라스틱 쓰레기로 뱃속이 가득 찬 고래, 하루 다르게 녹아 내리는 빙하. 딴 세상 얘기 같던 기후변화를 영상으로 체감한 후로 새 목표를 세웠다. 조만간 떠날 해외여행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0%에 도전하는 것. 환경을 주제로 한 작품을 다수 발표해 온 와이어 아티스트 좋아은경(34)씨 얘기다. 지난해 12월부터 석달 간 홀로 태국 여행을 떠난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연재하면서 현실적인 ‘제로 웨스트 여행’ 방법들을 제안했다. 올 여름 한달 간 가족과 함께 나선 이탈리아 여행에서도 ‘제로 웨스트’에 도전했고, 최근 공개 강연 등을 통해 여행 노하우를 알리고 있다. 이달 27일까지 성남 판교환경생태학습원에서 미술작가인 윤호섭, 이지영, 주양섭, 브라이언캐시와 함께 세계 평화의 날 기념 전시 ‘내일을 위한 매일’도 연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만난 좋아은경씨는 “해외에서는 제로 웨스트 여행이 꽤 알려져 있어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면서 “성공과 실패를 가감 없이 보여줘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시도해보자’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보면 ‘플라스틱 프리’ 실천하는 분이 있어요. 샴푸 하나 안 쓰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죠. 한데 저는 한 달 여행해도 배낭 하나만 꾸릴 정도로 단촐하게 짐을 싸거든요. 대나무 칫솔 같은 (제로 웨스트 여행에) 필요한 물품 다 싸면 중간에 포기할 것 같았고, 그렇다면 차라리 플라스틱을 최대한 유용하게 활용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은경씨는 기존에 떠났던 태국여행 사진을 정리하며 필요한 물품을 구상했다. 주변의 추천을 받아 선택한 텀블러가 플라스틱 제품이었다. 그는 “태국에서 날씨가 더워 얼음이 든 음료, 물을 자주 마신다. 이런 조건을 설명하니 전문가가 가볍고 용량이 크고, 입구가 넓은 제품을 추천해줬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제로 웨스트’는 일회용품을 줄이자는 취지이지, 플라스틱을 전혀 안 쓰는 운동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샴푸도 현지 숙소에 구비된 대용량 제품을 썼고, 혹시 샴푸가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 수년째 쓰는 휴대용 플라스틱 통에 샴푸를 챙겨갔다.

와이어 아티스트 좋아은경.
와이어 아티스트 좋아은경.

음식을 포장할 도시락, 장바구니, 손수건도 챙겼다. 야외에서 음식을 집어 먹을 용도로 갖고 간 스테인리스 젓가락은 꼬치 음식을 포장하는데도 유용했다. 그는 “의외로 쓰임이 많은 건 티스푼이다. 슬러시, 아이스크림 등을 빨대 없이 먹기에 좋다. 손수건은 과일이나 도시락을 싸매 들고 다닐 만큼 크고 잘 마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현지 친구들에게 부탁해 간단한 회화도 익혔다. 식당 주인들은, 태국어로 ‘빨대 안 주셔도 돼요’ 같은 말을 하는 은경씨를 격하게 반기며 제로 웨스트 여행의 성공을 기원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있지만, 막상 실천하는 사람은 옆에서 보기 힘든 게 우리 현실과 비슷하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외국인이 태국어 배워 플라스틱 프리를 실천하니 반가운 거겠죠.”

석 달을 다녀 온 후 자신감이 붙은 은경씨는 가족과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했다. 경험이 있으니 쉬울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우선 일회용 생수통 없이 식수를 해결하는 게 어려웠다. 식수대가 보이면 물통을 채웠고, 여의치 않으면 석회질이 포함된 수돗물을 끓여 하루 이상 식혔다가 위에 뜬 물만 건져 마셨다. 숙소의 공용식당에는 유리컵 대신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한 가득 쌓여 있었고, ‘맛집’으로 찾아간 레스토랑에서도 역시 에스프레소를 일회용 컵에 담아 내주었다. 무엇보다 ‘일회용품을 줄이자’는 자신의 ‘대의’를 위해 가족의 욕구를 제안해야 하는 게 스스로도 민망하고 힘들었다. 좋아은경씨는 “부모님이 이탈리아 슈퍼에서 파는 크로와상을 아주 좋아셔서 이탈리아 갈 때마다 꼭 사다 드리곤 했는데, 비닐봉지 포장돼 이번 여행 때 못 드셨다”고 덧붙였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틈틈이 이런 체험기를 연재했다. 혼자 하면 포기할 것 같아서 시작한 연재는 의외로 상당한 반응을 보였다. 은경씨는 “그걸 보고 ‘제로 웨스트 여행’ 시도했다는 분들도 종종 만난다. 국내 여행편을 찍어달라는 요구도 있는데 여행 중에 제로 웨스트 운동을 실천하자는 취지이지, 제로 웨스트 운동하려고 여행을 하는 건 주객이 전도되는 것 같아 아직 계획에 없다”고 전했다.

다음 목표는 일상에서 실천할만한 환경운동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다. 은경씨는 “전시가 끝나는 대로 세 번째 제로 웨스트 여행을 떠날 것”이라며 “방법을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아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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