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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속의 여론] 형수-도련님 등 차별적 호칭에 불편한 경험, 여 51% 남 23%

입력
2019.10.05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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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동생은 ‘형수’라고 부르는데 전 왜 ‘도련님’이라고 해야 하죠? 호칭이 절 불편하게 만드네요.”

“호칭이 너무 어색해서 주어는 아예 빼고 목적어만 얘기해요.”

어느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가족 호칭에 대한 토로다. 가족 호칭은 한 사회의 규범과 전통, 문화 등을 반영한다. 그러나 시대가 바뀐 만큼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이젠 호칭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연구팀이 최근 만 19세 이상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바일 웹 조사를 통해 가족 호칭에 대해 물어봤다.

10명 중 6명 가족 호칭의 성별 비대칭성 문제의식

응답자의 62%는 가족 호칭이 변화하는 가치관을 반영하지 못하고 여전히 성별 비대칭적이라는 문제의식에 대해 공감했다. 또 현재의 가족 호칭에 가부장적 문화가 반영돼 있다는 항목에 대해서도 72%가 동의했다. (그림 1)

[저작권 한국일보]가족 친척 호칭_신동준 기자/2019-10-04(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가족 친척 호칭_신동준 기자/2019-10-04(한국일보)

성이나 세대 별로 보면 여성의 경우 20,30대의 호칭 비대칭성에 대한 공감도가 80%를 상회해 가장 높았다. 이후 나이가 많을수록 공감대는 낮아진다. 반면 남성은 20,30대와 60대 이상의 경우 ‘공감한다’는 응답이 과반에 못 미쳤다. 오히려 40대에서 56%, 50대에서 54%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특히 20대 남성의 경우 가족 호칭의 성별 비대칭성이나 호칭 개선 시급성에 대한 동의 정도가 60대 이상 남성보다 낮았다. 결과적으로 호칭 문제를 둘러싼 인식 차는 20대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가장 컸다. (그림 2)

[저작권 한국일보]가족 친척 호칭 02_신동준 기자/2019-10-04(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가족 친척 호칭 02_신동준 기자/2019-10-04(한국일보)

“불편한 호칭, 경험있다” 남성 23%, 여성 51%

가족ㆍ친척 간 호칭 문제로 불쾌감이나 곤란함을 실제로 느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7%였는데 성별 차이가 뚜렷했다. 남성 중에서는 23%만 불편한 경험을 했다고 답했지만, 여성의 경우 절반이 넘는 51%가 불편함을 느꼈다고 답했다. 호칭 불편함은 주로 여성의 몫이었다. 여성 내에서도 세대별 차이가 뚜렷했다. 50대 이하 여성에선 과반을 상회한 반면 60대 이상 여성은 38%에 그쳤다. 그러나 60대 여성도 호칭의 성별 비대칭성에 대한 동의 정도는 65%, 가부장 문화 반영에 대한 공감 정도는 77%로 높게 나타났다. 호칭 개선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성들 사이에 세대 구분 없이 공유된 셈이다. (그림 3)

[저작권 한국일보]가족 친척 호칭 03_신동준 기자/2019-10-04(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가족 친척 호칭 03_신동준 기자/2019-10-04(한국일보)

가장 불편한 호칭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 vs ‘처남 처제’ 72%

가장 불쾌감이나 곤란함을 주는 호칭은 어떤 것일까. 호칭 문제로 불편을 느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 372명에 대해 중복응답을 받은 결과, ‘남편의 동생은 도련님ㆍ서방님 혹은 아가씨, 아내의 동생은 처남 혹은 처제라고 부르는 것’을 꼽은 응답자가 72%로 가장 많았다. ‘남편의 부모는 아버님ㆍ어머님, 아내의 부모는 장인어른ㆍ장모님으로 이라고 부르는 것‘이 53%로 두 번째로 높았다. 손윗 ’형님(남편의 누나)과 처형(아내의 언니)‘의 호칭 구분, ’시댁 대 처가‘의 구분을 꼽은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개선해야 할 호칭의 순서도 비슷했다. 다만 ‘외할아버지ㆍ외할머니’와 ‘외손자ㆍ외손녀’ 호칭의 경우 불편함을 느꼈다는 응답은 40% 이하에 그쳤다. 개선 필요성에 대한 동의 정도도 과반을 넘지 못했다. (그림 4)

[저작권 한국일보]가족 친척 호칭 04_신동준 기자/2019-10-04(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가족 친척 호칭 04_신동준 기자/2019-10-04(한국일보)

가족 호칭 정비안 ‘적절하다’ 과반 이상

올해 여성가족부와 국립국어원은 ‘가족 호칭 정비안’을 발표하며 호칭 개선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양가 부모님 구분 없이 ‘아버님ㆍ아버지’, ‘어머님ㆍ어머니’로 통일하고, ‘시댁과 처가’ 구분도 ‘시댁ㆍ처가댁, 시가ㆍ처가’로 일치시키자는 내용이다. 배우자의 손아래 동기의 경우 ‘00씨, 00동생’으로 통일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조사결과를 보면 이러한 호칭 개선안에 대해 ‘적절하다’는 평가가 과반을 훌쩍 넘을 정도로 지지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5)

[저작권 한국일보]가족 친척 호칭 05_신동준 기자/2019-10-04(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가족 친척 호칭 05_신동준 기자/2019-10-04(한국일보)

‘향후 가족 호칭 개선 노력 의향 있다’ 59%

호칭을 개선해나가기 위한 노력은 아직 미흡했다. 가족 내 호칭을 개선하는 노력을 실제로 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27%로 낮았다. 다만 이러한 응답자를 세대별로 볼 때 40대 남성에서 두드러진 특징이 나타났는데, 이는 시가와의 관계에서 호칭 문제의 개선을 주도하기 어려운 기혼 여성 대신 기혼 남성이 노력을 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다.

호칭개선 노력이 아직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진 않지만 가부장제를 탈피한 새로운 호칭 문화가 본격화할 가능성은 크다. 앞으로 호칭 개선을 위한 노력을 실천할 의향을 물은 결과 59%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러한 응답은 ‘20~40대 여자’에선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20대 남성(39%), 50대 남성(47%), 60대 이상 남성(42%)에선 과반 이하로 낮았다. 세대 간, 남녀 간 인식차이가 장애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림 6)

[저작권 한국일보]가족 친척 호칭 06_신동준 기자/2019-10-04(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가족 친척 호칭 06_신동준 기자/2019-10-04(한국일보)

가족 내 호칭 변화 ‘수용될 것 같다’ 56%

여전한 인식 차와 장애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호칭 문화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낙관적이었다. 가족 내에서 호칭을 바꿔 부르는 것에 대해 ‘수용될 것 같다’는 응답이 56%로, 과반 이상이었다. 특히 가족 내 호칭 변화의 수용 가능성에 대해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긍정적으로 전망이 나왔다. 다만 남녀 간 인식 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20대에선 39%만이 수용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20대 남성 집단에서 36%로 가장 낮았고, 20대 여성에서도 46%에 그쳤다. 30대에서는 찬반이 엇갈렸고, 그 윗세대에선 긍정적 응답이 크게 우세했다. 특히 60세 이상 연령층에서 ‘수용될 것 같다’는 의견이 57%, 4050세대에서도 60%를 훌쩍 넘었다.

호칭 변화의 공감대가 가장 큰 2030세대에서 변화의 전망이 오히려 비관적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젊은 세대 내부의 남녀간 인식 차와 윗세대의 완강한 저항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소한 부모세대인 4050세대 및 60대 이상에선 자녀 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호칭 변화를 낙관적으로 봤다. 가족 내에서 기존 호칭 문화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림 7)

[저작권 한국일보]가족 친척 호칭 07_신동준 기자/2019-10-04(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가족 친척 호칭 07_신동준 기자/2019-10-04(한국일보)

유승아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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