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여야를 불문하고 대규모 투자원금 손실로 논란을 빚고 있는 파생결합펀드(DLF)에 대해 “불완전판매가 아니라 사기 판매”라며 질책을 쏟아냈다. 해당 DLF 상품의 주요 판매처인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행장이 나란히 해외출장을 간 것을 두고 “도피성 출장”이라고 비판하며 두 사람의 국감 증인 출석을 촉구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사기라는)용어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의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DLF는 공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사모펀드 형태로 쪼개서 판매했고, 구조적으로 투자자에게 불리하다”며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금리 하락기에도 위험성을 확대한 상품을 더 많이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일 발표한 DLF 합동검사 중간결과에 따르면 상품 제조ㆍ판매 전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의 리스크 관리 소홀,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등 총체적 문제점이 발견됐다. 은행은 DLF 판매 대가로 투자원금의 평균 1.00%에 해당하는 판매수수료(선취수수료)를 받았다. DLF 상품 만기가 통상 4~6개월인 점을 고려할 때 연간 원금의 2~3%를 비이자수익으로 거둔 셈이다. 개인당 DLF 최소투자금액인 1억원에 대입하면 건당 200만~300만원이다.
특히 독일 국채 10년물과 연계한 DLF를 판매한 우리은행은 독일 국채 금리가 하락하자 원금 손익의 기준점을 -0.20%에서 단계적으로 -0.32%까지 낮추고 손실 배수를 200배→250배→333배로 크게 높인 상품의 재발행을 증권사에 역제안했다.
김 의원은 “은행이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불완전판매에서 나아가 현저히 투자자에게 불리한 상품을 설계하고 그것을 안전하다고 속인 사기”라고 주장했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터무니없는 사기라고 판단하는데, 금융당국은 도저히 뭘 하는지 믿을 수 없다”며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고 판단하고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은 위원장이 “현재 금감원이 조사 중이니까 용어 선정을 신중하게 하려고 한다”고 하자, 김 의원은 “금감원이 조사는 하고 있지만 설계 잘못에 대한 판단은 상급기관인 금융위가 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이런 위험 상품은 은행이 아니라 모조리 금융투자사에 팔게 해야 하고, 금융시장 자율에 맡길 게 아니라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도 “DLF로 인해 손해 발생 가능성이 증대되는 상황인 데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고객이 손해를 입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기일 가능성이 있고, 상품판매 시에도 위원장이 말씀하셨다시피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불완전판매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DLF 논란의 중심에 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최고경영진의 해외 출장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김정훈 의원은 “DLF로 가장 큰 피해자를 발생시킨 우리은행장과 하나은행장이 지금 해외에 출장 가 있다”며 “딱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국감 하는 날만 피해서 이런 도피성 해외 출장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질문을 하고 피해자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 답변도 들어야 할 텐데, 정무위가 증인 채택을 안 하다 보니 해외 출장을 간 것”이라며 “종합국감 때는 이런 분들을 모셔서 정확하게 파악하고 피해자들과 구제할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민병두 정무위원장은 “(증인 채택과 관련해) 여야 간 협의를 해달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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