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논란을 빚었던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백인 여성 경찰관의 흑인 이웃 총격 살해사건의 재판이 열린 2일(현지시간) 댈러스 지방법원이 눈물바다가 됐다. 형량 선고 후 희생자 가족과 피의자 간에 연출된 뜻밖의 장면에 법관도, 방청객도 눈물을 훔쳤다.
로이터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자기 집으로 착각한 다른 집에서 이웃 남성을 강도로 착각해 총격으로 숨지게 한 백인 경찰관 앰버 가이거(31)가 징역 10년형을 선고 받은 뒤 희생자 보텀 진(사망 당시 26세)의 동생 브랜트 진(18)이 “난 당신을 용서하겠다”며 입을 열었다.
진은 “신에게 용서를 구하면 신도 당신을 용서할 것이다. 당신을 한 명의 사람으로서 사랑하고 당신에게 어떠한 나쁜 일도 바라지 않는다”며 “당신이 감옥에 가는 것조차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가이거를 포옹해도 괜찮겠냐는 진의 요청을 판사가 수락하자 울먹이던 가이거는 앞으로 걸어 나와 진을 향해 팔을 벌렸다. 두 사람은 증인석 앞에서 약 1분 간 포옹하며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날 법정 내의 용서와 화해 분위기와 달리 법정 주변은 징역 10년이라는 예상보다 낮은 형량 선고에 분노한 시민들이 모여들어 어수선했다. 이들은 “정의 없는 곳에 평화도 없다(No justice! No peace!)“라고 구호를 외쳤다. 전날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로 사실상 무기징역인 최대 99년형이 가능했고 검찰도 28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5년 뒤 가석방 자격이 주어지는 10년형을 선고했다.
가이거는 지난해 9월 야간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다 자신이 사는 3층이 아닌 4층에서 엘리베이터를 잘못 내린 뒤 보탐 진의 집에 들어갔다. 이어 어두컴컴한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보탐 진을 불법 침입자로 오인해 총을 쐈다. 살해 당시 가이거는 연인 관계였던 동료 경찰관과 노골적인 성적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느라 정신이 산만한 상태였을 것으로 검찰은 추정했다. 이 사건은 미국에서 백인 경관들이 비무장 흑인을 총격 살해하는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벌어져 ‘경찰의 인종차별 행위’라는 항의 시위로까지 이어진 바 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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