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차량이 실제 등장하는 시점이 2023년으로 당초 계획보다 2년 가량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술 개발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자동차 업체들의 투자 여건도 나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고양에서 열린 ‘2019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세미나’에서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제한적 자율주행 상태인 ‘레벨3’ 자율주행 상용화 시기를 당초 2021년에서 2년 이상 늦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7월 미국자동차공학회(SAE)가 개정한 자율주행 표준에 따르면 ‘레벨3’ 자율주행은 고속도로에서 사람의 관여 없이 시스템이 운전할 수 있는 수준이다. SAE 기준에 부합하는 레벨3 자율주행차는 아직 양산되지 않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레벨3 자율주행 상용화를 2020년에서 2021년으로, 다시 2023년으로 두 차례 연기했다. 이스라엘 자율주행 솔루션 업체인 ‘모빌아이’와 BMW도 레벨3 자율주행차 출시 시기를 2023년으로 연기했다.
정 교수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ㆍ폭스바겐 등은 당초 2021년 레벨3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할 계획이었지만,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상황이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 준비와 함께 실제 도로 테스트가 늦어지면서 일반 도로에서 레벨3 자율주행차를 볼 수 있는 시기는 2023년 정도”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자율주행에 필수인 ‘고정밀지도(HD맵)’ 구축이 늦어진 것도 레벨3 자율주행 상용화 연기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벤츠, BMW, 아우디 등이 지분을 갖고 있는 전자지도 업체 ‘히어(HERE)’는 2018년까지 유럽과 미국 주요 고속도로의 HD맵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레벨3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기도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당초 2021년까지 레벨3 자율주행차를 일반 도로에서 주행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지만, 최근 스마트시티 내에서만 시범 적용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현대엠엔소프트, SK텔레콤, 네이버 등의 국내 주요 고속도로 HD맵 구축 일정도 늦어지고 있다.
다만 정 교수는 레벨3 상용화가 늦어지는 만큼 완성차 업체들이 운전자보조 단계인 ‘레벨2’ 고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레벨2는 앞차와의 간격, 차선 유지뿐만 아니라 운전자가 방향 지시등을 작동하면 차량 스스로 차선을 변경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