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협조 받아 지하주차장서 조사실로… 귀가 과정도 비공개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3일 검찰 소환은 007 작전을 연상하게 했다. 정 교수 측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소환 전날 미리 마련한 외부 거처에 기거하면서 취재진을 따돌렸고, 검찰청사에 도착해서도 검찰의 협조로 극비리에 출두하는 데 성공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전날부터 정 교수의 소환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포착됐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인 이인걸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나타나 소환 절차를 조율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그러면서 3일 새벽부터 수십 명의 취재진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 앞에서 정 교수를 기다렸다. 하지만 누구도 정 교수가 집을 나서는 장면을 목격할 수 없었다. 정 교수가 전날 취재진을 피해 외부로 거처를 옮겼기 때문이다.
검찰청사에 도착한 뒤에도 007 작전은 이어졌다. 정 교수는 검찰 협조 덕에 통상의 피의자나 참고인이 거쳐야 하는 절차도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규정대로라면 1층에서 신분, 방문 목적을 확인받은 뒤 방문자용 출입증을 받고 검색대를 통해서 조사실로 가야 한다. 그러나 정 교수는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조사실로 직행했다. 당초 검찰은 지난달 말 “정 교수는 (다른 피의자와 마찬가지로) 검찰청사 1층을 통해 소환될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정 교수 측 반발에 입장을 선회한 셈이 됐다.
정 교수는 수사 이후 모습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고,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려 왔다. 이날 검찰 소환 역시 언론 노출이 있으면 나갈 수 없다는 정 교수 측의 강력한 요구를 수용하는 바람에 매우 이례적인 비공개 소환 과정을 거쳤다. 정 교수는 지난달 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내 사진은 특종 중의 특종이라고 한다, 나는 덫에 걸린 쥐새끼 같았다”면서 외부 노출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음을 밝혀 왔다.
결국 정 교수는 검찰청에 출두한 지 8시간 만인 오후 5시쯤 “건강상 이유로 조사를 받지 못하겠다”며 조사 중단을 요청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정 교수를 귀가시켰다. 귀가 과정 역시 비공개로 이뤄졌고, 정 교수가 검찰청 밖으로 나간 뒤에야 언론에 알려졌다.
부인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날 조 장관은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계속 자택에서 머물렀다. 부인이 소환된 상황에 대해 별도의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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