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팀 리버풀(잉글랜드)가 UCL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국산 황소’ 황희찬(23ㆍ잘츠부르크)의 맹활약에 쩔쩔 맸다. 리버풀을 상대로 1골 1도움으로 UCL 2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황희찬이 지난 시즌 UEF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유럽 최고 수비수 버질 판 다이크(29ㆍ네덜란드)를 완전히 제치는 장면에 세계 축구팬과 외신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황희찬은 3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19~20 UCL 조별리그 E조 1차전에 리버풀을 상대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팀은 리버풀에 3-4로 아쉽게 졌지만, 정작 패배감은 리버풀에 짙게 깔린 모습이었다. 전반 9분 사디오 마네(27ㆍ세네갈), 25분 앤드류 로버트슨(25ㆍ영국), 36분 모하메드 살라(27ㆍ이집트)가 내리 3골을 터뜨리며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던 리버풀은 전반 39분 황희찬의 득점을 시작으로 내리 3골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3-3으로 맞선 후반 24분 살라의 결승골로 리버풀이 이겼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황희찬이었다.
이날 펫슨 다카(21ㆍ잠비아)와 투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황희찬은 경기 초반만 해도 부상 당한 눈을 보호하기 위해 고글을 착용했지만, 팀이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자 전반 중반 고글을 벗어 던졌다. 자칫 눈에 또 다시 충격을 받으면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알려졌지만, 황희찬은 거리낌없이 상대와 부딪혔다. 리버풀에 0-3으로 끌려가던 전반 39분 황희찬의 득점 장면은 압권이었다. 에녹 음웨푸(21ㆍ잠비아)의 침투패스를 이어받아 페널티 박스 왼쪽을 뚫어낸 황희찬은 세계 최고 수비수 판 다이크를 완벽하게 제친 뒤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골 망을 갈랐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리버풀 팬들은 일순간 침묵에 휩싸였다.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독일)과의 UCL 16강전부터 지켜온 ‘UCL 안방 무실점’ 기록이 깨진 순간이었다. 황희찬은 질주를 멈추지 않고 후반 11분 왼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로 미나미노 다쿠미(24)의 2-3 추격 골을 도왔다. 1골 2도움을 기록한 지난달 18일 헹크(벨기에)와 E조 1차전에 이어 UCL 2경기 연속 ‘멀티 공격포인트’다. 잘츠부르크는 후반 15분 엘링 홀란드(19ㆍ노르웨이)의 동점 골로 3-3까지 따라붙었지만 살라의 결승골에 승점 3점을 따내진 못했다.
외신들은 리버풀의 승리보다 잘츠부르크의 뜨거웠던 추격전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특히 황희찬에 대한 극찬이 이어졌다. 영국 기브미스포츠는 “황희찬이 골을 넣을 때 판 다이크는 누워있을 수 밖에 없었다”며 “리버풀의 상승세가 황희찬에 의해 꺾였다”고 짚었다. 스포츠바이블도 “황희찬이 세계 최고 중앙 수비수 가운데 하나인 판 다이크에 두통을 안겨줬다”고 했다. UEFA 홈페이지도 황희찬을 두고 “패배 속에도 빛난 선수”라고 평가했다. 황희찬은 경기 후 활짝 웃는 모습으로 태극기를 든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했다. 그는 ‘개천절 기념’ 사진과 함께 “늦은 시간에도 많은 팬들이 응원을 줘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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