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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조약, 인도 독립… 오늘의 세계를 만든 결정적 한 해 194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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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조약, 인도 독립… 오늘의 세계를 만든 결정적 한 해 1947년

입력
2019.10.03 16:07
수정
2019.10.03 17:3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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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1월 유엔 인권위원회의 첫 회의가 열린다. 이듬해 '세계인권선언' 선언문이 완성된다. 사진은 선언문 기안위원회 의장인 엘리너 루스벨트의 모습. 유엔홈페이지 캡처
1947년 1월 유엔 인권위원회의 첫 회의가 열린다. 이듬해 '세계인권선언' 선언문이 완성된다. 사진은 선언문 기안위원회 의장인 엘리너 루스벨트의 모습. 유엔홈페이지 캡처

세계의 현재를 있게 한 역사적 해를 하나만 꼽는다면 언제가 마땅할까. 흔히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을 떠올릴 테지만, 스웨덴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엘리사베트 오스브링크는 조금 다른 주장을 내놓는다. 그보다 2년 후인 1947년. 이 한 해가 현대를 태동케 한 결정적 순간이라는 제시다.

‘1947 현재의 탄생’은 제목 그대로 오스브링크가 지금을 있게 한 1947년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하나로 묶은 책이다. 1947년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어떠한 격변의 씨앗들이 심어지고 싹을 틔웠는지가 기록돼 있다. 그간엔 파편적으로만 제시됐던 1947년의 이야기들을 모아 하나로 연결하면서 독특한 연대기를 구성한다.

우선 정치적 사건을 들여다보자. 굵직한 것만 꼽아도 두 손이 모자랄 만큼 1947년의 많은 일들은 현재까지 큰 의미를 갖는다. 2월 파리조약을 통해 2차 세계대전이 공식적으로 종지부를 찍었고 같은 달 영국이 인도의 독립을 승인할 것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이집트의 하산 알 반나가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 무슬림형제단(현재 이슬람 운동 단체 중 규모가 가장 크다)을 조직하는 한편 9월엔 미국의 국가안전보장법이 발효되며 중앙정보부(CIA)가 창설됐다. 11월엔 유엔총회가 팔레스타인의 ‘두 국가안’을 결의한다. 그에 한달 앞선 10월엔 인도와 파키스탄의 첫 번째 전쟁이 발발한다.

폐결핵 증상이 처음 나타난 1938년 요양차 머문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 글을 쓰고 있는 조지 오웰. 오웰은 1947년 '1984'의 초안을 완성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폐결핵 증상이 처음 나타난 1938년 요양차 머문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 글을 쓰고 있는 조지 오웰. 오웰은 1947년 '1984'의 초안을 완성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비단 국제적, 정치적 사안들만 있던 건 아니다. 저자는 문학과 대중문화의 역사적 기점이 될만한 일화도 책 곳곳에 심어놨다. 1947년 2월 12일엔 패션브랜드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등장해 ‘뉴룩(넓은 어깨와 가느다란 허리를 강조한 여성복 스타일)’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현재도 패션 트렌드의 근간이 되고 있다. 건강이 악화하던 작가 조지 오웰은 11월 7일 대표작 ‘1984’의 초안을 완성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 2의 성’,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 토머스 만의 ‘파우스트 박사’ 역시 이 해에 탄생한 작품이다. 새로운 발명품의 등장도 무수하다. 폴라로이드 카메라, 트랜지스터, 무선전화…. 무엇보다 전 세계 인구 77명 당 1명 꼴로 갖고 있다는 소총 AK47도 1947년에 개발된다.

애초 저자는 스웨덴의 대표적 파시스트 지도자였던 페르 엥달의 일대기를 쓰려고 했단다. 하지만 엥달이 1947년 새 나치 모임을 조직하려 덴마크를 찾았다는 문장을 발견한 후 ‘왜 하필 1947년인가’ 하는 궁금증이 떠올랐다. 1947년 한 해 기사를 모두 읽기 시작했고 “시간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각종 사료 수집에 돌입한다. 여러 인물의 전기는 물론 유엔의 기록보관소, 미국 뉴욕의 레코드센터, 홀로코스트 기념박물관, 스웨덴 보안국 기록보관실 등을 돌았다. 저자의 노력을 바탕으로 책에는 1년 12달, 14개의 시공간, 22명 이상의 등장인물이 담겼다. 세밀한 고증에 저자의 문학적 표현이 덧대져 흡인력이 만만찮다.

1947 현재의 탄생

엘리사베트 오스브링크 지음ㆍ김수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368쪽ㆍ1만6,000원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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