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통신업체들과 언론사들이 잇따라 국내 통신업체들을 방문하고 있다. 내년 도쿄 올림픽을 5G 이동통신을 앞세운 5G 올림픽으로 선언한 일본이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국내 통신업체들의 운영 경험을 배우기 위해서다.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지난 4월 이후 일본의 통신업체들과 이통사들이 국내 통신업체들을 속속 방문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일본 통신업체들은 아예 국내 통신업체의 고위 임원을 일본으로 초청해 최고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강의를 듣기도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KDDI다. 일본 KDDI는 최주식 LG유플러스 부사장을 일본으로 초청해 최고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5G 서비스 설명회를 가졌다. LG유플러스는 이를 계기로 KDDI와 5G 서비스에 서 긴밀한 협력을 하기로 했다. 최 부사장은 일본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 산하 크로스트렌드와 가진 인터뷰에서 “KDDI와 서로 열린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한국 통신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해외 통신업체들과는 제휴사로서 다양한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5G 시범서비스 개시를 발표한 일본 최대 통신업체 NTT도코모도 경영진이 수 차례에 걸쳐 한국 통신업체들을 방문했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내년 5G 서비스를 상용화할 예정인 NTT도코모는 내년 6월 말까지 일본 전역에 기지국을 설치할 계획”이라며 “그만큼 5G 속도와 품질에 민감한 상황이어서 국내 통신업체들의 기지국 구축 현황을 유심히 둘러 봤다”고 말했다.
모 일본 통신업체도 KT의 혜화전화국을 방문해 5G 장비 구축 현황을 둘러 보고 5G 서비스를 위한 이노베이션센터 등을 다녀 갔다. KT 관계자는 “회사명을 밝힐 수 없지만 일본 통신업체들로부터 방문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5G 기지국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거나 임원을 만나고 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언론들도 적극적이다. 니혼게이자이의 크로스트렌드는 편집장이 취재단을 구성해 국내 통신업체들을 방문하도록 했다. 5G 서비스 내용 등을 취재한 뒤 지난달부터 11회에 걸쳐 특집 기사로 내보냈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5G 스마트폰과 속도 측정 소프트웨어인 ‘벤치비’를 이용해 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시청 앞, 서울역, 명동, 압구정,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등 5개 지역에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5G 속도도 측정했다. 아울러 다양한 5G 서비스를 소개한 뒤 “5G 서비스가 한국 이용자들에게 착실하게 침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NHK, TV아사히, 후지TV, 도쿄TV 등 일본의 4대 방송사들도 속속 내한해 5G 현황을 취재해 방영했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소프트뱅크 등 일본의 일부 통신업체는 5G 서비스에 중국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그만큼 일본 방송들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은 한국 통신업체들의 5G 서비스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국내 통신업계는 일본 통신업체들이 내년 5G 서비스를 상용화하면 한국의 도움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일본 통신업체들은 5G 스마트폰, 통신장비는 물론이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서비스 분야에서도 한국의 선행 경험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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