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스포츠브랜드 나이키가 조직적인 도핑 스캔들에 휘말렸다. 자사 소속 코치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금지약물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마크 파커 나이키 최고경영자(CEO)가 수차례 이를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1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공개된 미국반도핑기구(USADA)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USADA는 이날 나이키 소속 코치인 알베르토 살라자르가 반도핑 규정을 위반했다며 4년간 활동 금지 명령을 내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살라자르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금지약물로 지정한 테스토스테론을 불법거래하고, 선수들을 상대로 규정된 양을 초과하는 ‘L-카르니틴’을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와 함께 실험을 진행한 의사 제프리 브라운도 4년간 활동 금지 명령을 받았다. 보고서는 이들이 진행한 도핑 실험 중 최소 한번이 미국 오리건주에 있는 나이키 본사에서 실행됐다고 밝혔다. 둘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 자신이 유명 마라토너였던 살라자르는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고 코치 생활을 시작, 2001년 ‘나이키 오레곤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미국 내 중장거리 선수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나이키가 후원한 이 프로젝트는 유명 육상 선수들이 다수 참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상대로도 정밀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도핑 스캔들에는 나이키 CEO 마크 파커가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USADA 보고서는 파커를 포함한 고위 경영진이 금지약물의 효과와 도핑 테스트에서 검출되지 않을 정도의 양 등 실험 정보를 이메일로 수차례 보고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2009년 7월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브라운이 파커에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안드로겔(테스토스테론 대체약품) 양을 결정해야 한다”며 실험 계획을 밝히자 파커가 “흥미로울 것”이라고 답장한 내용이 공개됐다.
이에 대해 1일 나이키 대변인은 “살라자르가 실험을 진행한 것은 누군가 나이키 선수들에게 몰래 약물을 사용할 경우를 우려해서”라면서 “파커는 실험이 규정에서 벗어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파커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나이키는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복용하게 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이키의 도핑 스캔들 연루 의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나이키는 2012년 미국의 전설적인 사이클 선수였던 랜스 암스트롱이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계약을 종료했고, 육상 단거리 선수 매리언 존스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 계약을 끊은 바 있다.
외신들은 이번 사건이 2006년부터 CEO로서 나이키의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 온 마크 파커의 입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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