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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설악산 단풍, 주전골과 만경대의 비경에 빠지다.

입력
2019.10.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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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의 기차여행・버스여행]고속버스+농어촌버스 타고 설악산 단풍 여행

주전골 코스의 용소출렁다리. 설악산 탐방 코스 중 난이도는 ‘하’지만 단풍 코스로는 결코 빠지지 않는다.
주전골 코스의 용소출렁다리. 설악산 탐방 코스 중 난이도는 ‘하’지만 단풍 코스로는 결코 빠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단풍의 기준은 설악산이다. 기상청은 지난달 27일 올해 설악산 단풍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설악산은 대청봉(1,707m)을 중심으로 강원도 인제, 속초, 양양까지 드넓은 면적에 걸쳐 있다. 높은 만큼 골이 깊고, 등반 코스도 다양하다. 주전골과 만경대 코스는 계곡과 암벽이 어우러진 절경을 자랑한다. 비교적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울긋불긋한 단풍을 벗 삼아 걷기 좋은 코스다.

동부고속이 1시간 간격으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양양고속시외버스터미널까지 운행한다.
동부고속이 1시간 간격으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양양고속시외버스터미널까지 운행한다.

서울에서 가려면 양양까지 고속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동부고속이 1시간 간격으로 양양을 경유해 속초까지 가는 버스를 운행한다. 일반고속(1만4,000원), 편안한 우등고속(1만8,100원), 누워 가는 프리미엄 고속버스(2만3,500원) 모두 운행하니 골라 탈 수 있다. 양양고속시외버스터미널까지 2시간이면 충분하다. 양양에 내리면 ‘오색’ 종점까지 가는 1번 농어촌버스(1,700원, 1~2시간 간격)를 이용하면 된다. 약 30분이 소요된다. 서울~양양 고속버스 예매는 코버스(kobus.co.kr), 양양 농어촌버스 시간표는 양양군 대중교통정보(yangyang-pti.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계곡과 암벽에 피어난 ‘불꽃’ 단풍, 주전골 트레킹

주전골이라는 지명은 설화에서 유래한다. 옛날 강원도 관찰사가 한계령을 넘다가 골짜기를 지날 무렵, 어디선가 쇠붙이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하인을 시켜 살펴보게 했다. 10명의 무리가 동굴 속에서 엽전을 만들고 있더라는 보고가 올라왔다. 크게 노한 관찰사는 무리를 소탕하고 동굴을 없애 버렸다. 이후 쇠를 부어 위조 엽전을 만들던 곳이라 하여 주전(鑄錢)골이라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다.

약수터탐방지원센터에서 주전골 코스를 통과하면 곧장 만경대 코스로 이어진다.
약수터탐방지원센터에서 주전골 코스를 통과하면 곧장 만경대 코스로 이어진다.

지금은 엽전을 만드는 쇳물보다 ‘불꽃’ 단풍으로 더 이름값을 하는 계곡이다. 약수터탐방지원센터~오색석사(성국사)~독주암~선녀탕~용소폭포~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로 이어지는 3.2km의 탐방로는 맑은 물과 기암괴석, 붉은 단풍이 어우러져 가을 본색을 드러낸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오색약수로 향한다. 작은 바가지에 물을 떠서 들이키자 살짝 비릿한 탄산수가 입안을 톡 쏜다. 김 빠진 사이다 맛과 비슷하다. 오색약수는 반석에서 용출하는 물줄기로 1500년경 성국사(오색석사)의 승려가 발견했다고 한다. 철분을 다량 함유한 건강 약수로 인정받고 있다.

오색약수는 철분을 함유한 탄산수로, 살짝 김 빠진 사이다 맛이다.
오색약수는 철분을 함유한 탄산수로, 살짝 김 빠진 사이다 맛이다.

주전골에서 이어지는 만경대 코스는 평일 2,000명, 주말(공휴일) 5,000명으로 탐방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90%는 국립공원공단 통합예약시스템(reservation.knps.or.kr)에서 인터넷 예약으로, 나머지 10%만 현장 접수로 입장할 수 있다. 약수터탐방지원센터 건너편에 자리한 탐방 예약 접수처에 들러 만경대 출입증을 수령하면 산행 준비 완료다.

성국사의 오색리 삼층석탑.
성국사의 오색리 삼층석탑.

천천히 걷다가 성국사에서 잠시 쉬어 간다. 성국사의 오색리 삼층석탑은 통일신라시대 작품으로 보물 제497호로 지정돼 있다. 절을 출발하자마자 파노라마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설악산의 붉은 물결에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정상에 한 사람만 겨우 앉을 수 있다는 독주암은 기암절벽의 비경을 한껏 뽐낸다. 아담한 소(沼)를 이룬 선녀탕은 옥색 물빛을 자랑한다. 밝은 달밤에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한 후 반석 위에 날개옷을 벗어 놓고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주전골 선녀탕 부근.
주전골 선녀탕 부근.
기암절벽과 형형색색 단풍이 아름다운 주전골 풍경.
기암절벽과 형형색색 단풍이 아름다운 주전골 풍경.
새빨간 단풍에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새빨간 단풍에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산행이 계속될수록 형형색색 새빨간 단풍의 매력에 반하고, 기기묘묘한 바위에 감탄한다. 용소출렁다리를 건너면 깊은 산 속에 숨어 있던 용소폭포가 영화의 주인공처럼 나타난다. 경쾌한 소리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또 장관이다. 소(沼)에서 천 년을 살던 암수 이무기 두 마리가 승천하려 했으나 준비가 덜 된 암컷이 시기를 놓쳐 용이 되지 못하고 이곳에서 바위와 폭포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가 제법 그럴듯하다.

용소폭포의 경쾌한 물줄기.
용소폭포의 경쾌한 물줄기.
용소출렁다리 부근의 단풍.
용소출렁다리 부근의 단풍.
단풍과 어우러진 용소폭포
단풍과 어우러진 용소폭포

◇내설악의 비경이 병풍처럼 펼쳐진 만경대

만경대 코스는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된다. 2016년 46년 만에 개방한 이후 매년 단풍철(올해는 11월 14일까지)에만 운영하는 코스다. 등산로는 2km로 짧지만 주전골에 비해 경사가 가파른 편이라 발걸음이 절로 느려진다. 깔딱 고개를 오르는 게 힘이 들지만 정상에 도착하면 고생을 뛰어넘는 놀라운 풍경이 탐방객을 맞이한다.

만경대 코스 입구.
만경대 코스 입구.
만경대 가던 도중 보게 되는 가을 설악.
만경대 가던 도중 보게 되는 가을 설악.
정상에 닿으면 웅장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만경대의 가을 풍경이 펼쳐진다.
정상에 닿으면 웅장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만경대의 가을 풍경이 펼쳐진다.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만경대 단풍.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만경대 단풍.
어느 한 골짜기 버릴 풍경이 없다.
어느 한 골짜기 버릴 풍경이 없다.

쉴 새 없이 불어대는 바람에 땀을 식힐 사이도 없이 눈 앞에 만경대의 비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만물상과 별바위, 망대암산과 점봉산이 병풍처럼 이어진 가을 설악의 결정체다. 오래도록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풍경, 사진으로 남기고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다. 주전골과 만경대 코스는 총 5.2km, 2시간30분가량 걸린다.

오색지구에는 ‘산채음식촌’이 형성돼 있고, 숙박시설에서 온천을 함께 운영한다. 다양한 강원도 음식을 맛보려면 양양전통시장과 터미널 주변의 식당이 좋다. 막국수 백화점으로 통하는 메밀꽃막국수(033-671-9007)에서는 11종류의 국수를 맛볼 수 있다.

메밀꽃막국수의 오징어 물회막국수(1만3,000원).
메밀꽃막국수의 오징어 물회막국수(1만3,000원).

※ 위 단풍 사진은 지난해 10월 풍경이다. 올해 주전골 단풍은 이달 16~20일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준규 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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