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서울패션위크’를 진두지휘 했던 정구호 디자이너도 없다. 국내 굵직한 후원사도 떠났다. 참가 디자이너팀도 축소됐다. 해마다 개최되는 서울패션위크는 올해 그 위상이 가장 초라해 보인다. 그러나 그 빈자리를 실속있게 채우겠다며 선장 자리에 새롭게 부임한 이가 있다. 전미경 서울패션위크 신임 총감독이다. 그는 패션 매거진 ‘하퍼스바자’의 편집장 출신으로,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던 방송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 한국판에서 심사위원으로 나선 인물이다.
전 신임 총감독은 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0년 봄여름(S/S) 서울패션위크’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인기는 콘텐츠의 힘과 디지털의 활용”이라며 “서울패션위크도 글로벌 이커머스 및 리테일과 협력해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비즈니스를 연계해 한국 패션을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 새 국내 패션계와 대중, 그리고 해외로부터 열기가 식은 서울패션위크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그는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바이어들과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온라인 쇼핑몰의 관계자들을 대거 초청해 향후 이커머스로의 확장 및 비즈니스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14~19일까지 열리는 이번 패션쇼에는 실질 구매력이 높은 신흥마켓인 아시아 12개국 바이어 135명이 초청돼 참여 디자이너들의 수주상담 기회를 넓힐 계획이다. 또한 ‘센스(캐나다)’, ‘매치스패션(영국)’, ‘네타포르테(영국)’, ‘모다 오페란디(미국)’, ‘마이테레사(독일)’, ‘루이자비아로마(이탈리아)’ 등 세계적인 온라인 쇼핑몰과 백화점, 편집숍, 온라인 바이어들이 참석한다.
또한 미국의 글로벌 패션매체 ‘WWD’와 협력해 다각화된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할 방침이다. WWD는 2020 S/S 서울패션위크의 스폐셜 에디션을 발간하고 현장에서 배포할 예정이며, 디지털 시대에 맞춰 패션위크 기간 동안 컬렉션 리뷰를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 정보를 전달할 계획이다.
대중의 관심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기존 업계 관계자만 입장 가능했던 패션쇼 티켓을 판매하기로 했다. 패션쇼 당 티켓 가격은 1만원. 패션쇼의 문턱을 낮추고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침이라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또한 서울패션위크 오프닝으로 내달 7일까지 진행되는 설윤형 명예디자이너의 전시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서울패션위크 수장의 공백이 길었고, 전 감독이 부임한 이후 두 달이라는 짧은 준비기간으로 우려가 컸다. 정구호 디자이너가 지난 3월 총감독 직을 사임하면서 4개월의 공백 기간이 있었고 7월에야 전 감독이 후임으로 선임됐다.
이에 참가 디자이너의 축소 및 후원사 확보에는 힘을 싣지 못한 느낌이다. 지난 시즌에는 37개팀의 디자이너가 패션쇼를 진행했다면, 이번에는 총 34개팀이 패션쇼가 열린다. 지난 3년간 주요 후원사였던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헤라’도 빠진 상태다. 그는 “이번 패션위크에는 메인 스폰서가 없지만 내년에는 다양한 스폰서를 끌어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감독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으로 패션쇼는 런웨이가 아니어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많아져 패션위크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며 “이는 국제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번에 서울패션위크를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위상을 강화함과 동시에 ‘K뷰티’, ‘K팝’ 등 ‘K컬처’와 협업해 ‘K스타일’ 페스티벌로서 그 외연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오는 14일 DDP 배움터 2층에서 설윤형 명예디자이너의 오프닝 리셉션을 시작으로, 15~19일까지 32개의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 브랜드와 1개의 기업쇼 ‘데무 박춘무’, 1개의 런던 디자이너 애슐리 윌리엄스의 패션쇼까지 총 34개의 패션쇼가 열린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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