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비자림로 확ㆍ포장공사가 결국 법정 다툼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삼나무숲 훼손 범위를 줄이기 위한 설계 보완과 현장 주변에서 멸종위기종 동ㆍ식물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공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등 여전히 논란을 빚고 있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최근 비자림로 공사 중단을 위한 법적 대응을 위해 법률대리인단을 선임하고, 비자림로 확장공사 근거처분 무효확인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에 나설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시민모임은 또 비자림로 공사 현장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가 되지 못하는 법률적 문제에 대응해 원고 적격에 대한 헌법소원도 검토하고 있다.
시민모임은 “멸종위기종이 다수 발견되면서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에 기반해 진행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그럼에도 제주도는 공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법률 대리인단은 공사 진행 과정에서 명백한 잘못이 있기 때문에 다퉈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시민모임의 법적 대응과 별개로 비자림로 확장공사 주변에서 멸종위기 동ㆍ식물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공사 중단이 장기화되고 있다.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2018년 8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제주시 대천교차로부터 금백조로 입구까지 2.9㎞ 구간에서 현재 왕복 2차선인 도로를 3구간으로 나눠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도는 지난해 8월 도로확장을 위해 삼나무 900여그루를 잘라 냈지만, 삼나무숲 훼손 논란이 일자 공사를 중단했다. 이어 도는 삼나무숲 벌채 면적을 줄이는 등 대책을 마련해 7개월여 만인 지난 3월에 공사를 재개했다.
하지만 공사 현장 주변에서 멸종위기 동식물이 잇따라 발견되자, 환경부 영산강환경유역청이 제주도를 상대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이행 조치명령’을 내리면서 지난 5월 30일부터 공사가 다시 중지됐다. 이에 따라 도는 지난 6월 10일부터 24일까지 추가 정밀조사를 진행해 지난 7월 25일 환경저감대책을 제출했지만, 영산강유역환경청이 대책이 미흡하다며 다시 보완을 요청해 연내 공사 재개는 어렵게 됐다.
도는 영산강유역환경청의 보완 요청에 따라 제주시 구좌읍 대천교차로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비자림로 확장공사 구간의 주변식생에 대한 조사반을 편성해 10월부터 최대 2개월 가량 추가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도는 또 영산강유역환경청의 보완 요청과 별도로 비자림로 주변 천미천에서 멸종위기식물 2급인 으름난초가 발견됐다는 문제제기에 따라 전문가를 통한 식생을 조사해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비자림로 확장공사 진척도는 10%에 머물고 있다.
도 관계자는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수차례 중단됨에 따라 완공시점은 당초보다 1년 정도 늦춰진 2022년 6월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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