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아랫동네 ‘해방촌’ 일대가 발길 닿는 곳마다 꽃이 만발한 동네정원으로 변신한다. 해방촌부터 백범광장, 서울로7017, 만리동광장까지 3.5㎞ 길 위에 정원 70개가 이어진 ‘가든 로드(garden road)’가 펼쳐진다.
서울시는 동네 시장과 버스정류장, 빌라 화단, 폐지 공터 등 일상 곳곳에 작은 동네정원을 조성해 삭막한 도시를 되살리는 내용의 ‘2019 서울정원박람회’가 3~9일 개최된다고 1일 밝혔다. 그동안 대형 공원에서 열리던 정원박람회가 오래된 도심 주거지인 해방촌 일대로 무대를 옮긴 것이다. 주제도 ‘정원, 도시재생의 씨앗이 되다’로 정했다.
공간 설정부터 이전 박람회와 차별화된다. 그간 월드컵공원과 여의도공원 등에서 화려한 볼거리로 정원을 선보였다면 이번에는 해방촌과 백범광장, 서울로7017, 만리동광장이라는 각 ‘점’을 잇는 ‘선’형의 가든로드 70개를 만든다. 전문가인 정원 디자이너부터 대학생, 상인, 지역주민까지 아우르는 500여명의 손을 거쳤다.
2015년 개최된 이래 처음으로 도시재생형 정원박람회인 만큼 올해는 공원 녹지가 부족한 노후 도심주거지 해방촌이 주 무대다. ‘어딜가든, 동네정원’이라는 주제로 자투리땅에 동네정원 32곳을 꾸몄다. 서울로7017과 닿아있는 만리동광장과 백범광장에는 38개 정원이 조성돼 빌딩숲 사이 삭막한 도시를 녹색 공간으로 바꾼다.
지역상생의 정원박람회가 될 수 있도록 지역 상인과 정원 관련 기업간 협업 프로젝트도 진행된다. 정원ㆍ조경기업이 해방촌 일대에 정원과 포토존, 휴게의자를 제공하고, 4~9일에는 신흥시장 상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공방 클래스가 열린다. 도자기 화분과 미니 가든 만들기, 사진공예 등을 참가비 5,000원에 체험해볼 수 있다.
보는 정원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직접 참여해 스스로 정원을 가꾸고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추억이 깃든 물건을 화분으로 만드는 가족화분 만들기(만리동광장)뿐 아니라 백범광장에서는 야외도서관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오픈 가든 라이브러리’, 목공 전시ㆍ체험 등이 마련됐다.
박람회 기간 내 만리동광장 메인무대(피크닉스테이지)와 백범광장에서는 음악회와 밴드 공연, 마술쇼, 전시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공연이 열린다. 더 자세한 정보는 박람회 홈페이지(festival.seoul.go.kr/garden)에서 확인하면 된다.
최윤종 시 푸른도시국장은 “이번 박람회는 대형공원에 조성된 정원을 시민들이 보러 오는 것이 아닌, 정원이 노후된 동네와 도시에 스며들어 도시재생과 지역활력의 씨앗이 되는 도시재생형 정원박람회로 처음 시도했다”며 “박람회가 끝나도 정원들은 해방촌에 남아 시민 생활 속으로 들어가 ‘숲과 정원의 도시, 서울’을 이루는 훌륭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