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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민자기숙사 사태] ‘곰팡내 나는 기숙사’ 해결에 교수들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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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민자기숙사 사태] ‘곰팡내 나는 기숙사’ 해결에 교수들이 나섰다

입력
2019.10.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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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대학-운영사 소송전 교수회, 법원에 의견서… “재판부 합리적 판단 기대”

[저작권 한국일보]경북대 1차 민자기숙사인 첨성관 전경.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경북대 1차 민자기숙사인 첨성관 전경.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전국 대학가에 악명이 자자한 식단, 침침한 복도 전등, 환기구와 방충망, 벽지 등에 잔뜩 낀 곰팡이, 고장난 PC와 세탁기ㆍ휴게실 TV, 툭하면 고장나는 엘리베이터, 물 새는 (생활)관생자치회와 독서실 천장, 금간 벽체… 지방거점 국립대인 경북대 1차 민자(BTL) 생활관(기숙사, 첨성관ㆍ명의관)의 현 주소다. 보다 못한 경북대 교수회까지 나섰다.

22대 교수회 잔여임기 최우선과제로

경북대 교수회는 지난달 30일 경북대가 ‘경북대ㆍ금오공대 생활관서비스㈜’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청구소송을 심리중인 대구지법 담당 재판부에 교수회 명의의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1일 밝혔다.

교수회는 의견서를 통해 지난 10년간 민자기숙사(생활관)의 비정상적인 운영과 이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 이에 대해 무관심했던 교수회의 잘못을 반성하며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에 대한 재판부의 합리적 판결을 요청했다.

이형철(물리학과 교수) 경북대교수회 의장은 최근 ‘경북대 BTL기숙사 정상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8월 경북대 민자기숙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22대 교수회는 남은 임기인 내년 2월까지 최우선 과제로 민자기숙사 정상화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형철 경북대교수회장이 지난달 26일 경북대 대구캠퍼스 교수회 회의실에서 1차 BTL기숙사 정상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이형철 경북대교수회장이 지난달 26일 경북대 대구캠퍼스 교수회 회의실에서 1차 BTL기숙사 정상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형편없는 식사ㆍ불합리한 협약 등 복마전

경북대교수회와 대학본부 등에 따르면 경북대 민자기숙사는 2009년 개관 직후부터 복마전 그 자체였던 것으로 보인다.

개관 초기 현대적 시설에 대한 감격도 잠시 곧바로 형편없는 식사로 인한 불만이 폭주했다. “개밥보다 못하다” “군대 짬밥(잔반)도 이보다는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교수회에 따르면 이는 기숙사 운영회사 측의 식당운영업체 무단 교체와 이를 묵인한 대학 측에 책임이 있다. 민간투자기업인 보선건설 측은 당초 승인 받은 특급호텔이나 대기업계열 식음료업체 대신 임의로 직영에 나섰다.

게다가 실시협약서 첨부문서 형태의 ‘실무합의서’가 발목을 잡았다. 핵심내용 일부가 2010년도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부적절 지적을 받은 것이다. 교육부는 2011년 초 경북대에 실시협약을 바로잡지 않을 경우 2017학년도 입학정원 동결, 2018학년도부터 5% 감축하겠다고 최후통첩했다.

‘정원감축’ 벼랑 끝 늑장 소송 빈축

하지만 대학 측은 운영사에 시정공문만 보내다 입학정원 감축이 임박해진 2017년 초 운영사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009년 여름방학부터 2016년 겨울방학까지 방학기간에 보선건설 측이 받은 관리비와 학교 승인 없이 임의로 정한 업체에 운영을 맡긴 식당 임대료(감정가) 등 54억원을 돌려달라는 게 청구의 요지다.

이형철 의장은 “이번 소송은 결과적으로 교육부의 제재도 피하고 불합리한 협약도 바로잡을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지만, 그 동안 대학 측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대학이 승소하면 판결로 교육부 지적사항을 시정할 길이 열린다. 경우에 따라 운영사 교체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패소하면 ‘법원 판결’을 이유로 책임을 모면할 수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몫

하지만 학생들의 불편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초에 시작된 소송의 1심 판결은 올 연말이나 돼야 나올 예정이다. 1심 승패와 무관하게 대법원까지 갈 수밖에 없고, 그 동안 관리부실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대문이다.

부실 운영의 대명사 첨성관은 2016년 3ㆍ4분기부터 지난 2ㆍ4분기까지 12분기 연속으로 성과평가결과 C등급을 받았다. 경북대와 운영사는 실시협약에 따라 운영사 측 3명이 포함된 11명의 성과평가위원회를 통해 분기별로 운영상태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다. C등급 이하를 받게 되면 대학 측은 운영비의 20%를 삭감해 지급하게 된다. 학생들은 “부실운영 시정을 요구하니 운영사는 ‘학교가 운영비를 삭감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형철 의장은 “경북대 민자기숙사 문제의 시작은 재정으로 해야 할 기숙사를 민자를 끌어들인 데 있고, 대학 측의 안이한 대처가 근본원인”이라며 “기숙사 정상화를 위해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경북대 대구캠퍼스엔 정부재정으로 지은 재정기숙사와 지자체 출연금을 더한 향토생활관, 보선건설 측이 투자한 1차 BTL기숙사, 지난달 27일 새로 개관한 금호건설의 2차 BTL기숙사가 있다. 총 2,607실 5,507명을 수용할 수 있다. 문제가 된 1차 민자기숙사는 첨성관 681실 1,362명, 명의관 212실 312명 규모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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